애틋한 맘. 가족은 그 자체가 사랑이다

아내와의 대화

by 김쫑

2007. 08. 09

발신 : 김쫑

수신 : 미미

제목 : 사랑하는 당신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리네. 시간이 멈추길 바랐지만 우리의 3박 4일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어요. 우리 가족이 함께 있었던 시간들은 아름다운 기억이 되어 지금 내 눈에 알알이 꽂혀 있어요. 아주 생생하게. 고마워요 당신.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한 맘을 전하는 말이 이렇게도 어렵네요. 정말로 뭔 말을 하며 내 맘을 표현하고 싶은데...

당신이 있었기에 예슬이, 이슬이와도 정겨운 시간을 보냈고 가족의 사랑을 몇십 배로 더 느꼈던 거 같아요. 나 없는데 애들이 너무 잘 자라줘서 내 맘이 행복했어요. 다 당신 덕이지요. 당신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우리 애들이 건강하고 착하고 공부 잘하는 것은 다 당신 때문이지. 난 애들에게 크게 해 준 것이 없지 뭐. 애들과 헤어질 땐 바로 앞에서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당신과는 뭔지 모를 애틋함 같은 게 느껴졌어요. 그건 미안함이기도 했고, 감사함이기도 했고... 암튼 복잡한 감정이었소.

당신도 힘내고 해요. 그리고 갑상선이 좀 걱정되니 귀국하는 대로 병원에 가서 종합검진을 받아봐요. 다 이뤘는데 건강을 잃으면 그게 무슨 소용 있겠소. 꼭 병원에 가봐요.

당신과 애들 떠나보내고 잠 못 들고 있다가 메일 쓰는데 자정이 훌쩍 넘었네. 실감이 안 나요 지금 혼자라는 것이. 안 볼 때는 몰랐는데 다시 떨어지니까 맘이 허전하고 울컥한 게 오래가네. 베이징에서 집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자고 다짐했어요. 내년에 귀국해서 가장으로서 부끄럽게 살지 않겠다며 다짐했어요. 그런 생각에 눈물이 나더군요. 당신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너무 걱정 마요.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 볼게요. 꿈에서 봅시다. 안녕~~~

--------------------------------------------------------------

>> 3월에 중국에 왔다. 그리고 5개월 만에 가족을 베이징에서 만났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꿈같은 3박 4일을 보냈다. 가장이 없는 집안에서 애들은 더 어른스러워졌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런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미안함에 나는 같이 있는 내내 애들을 부비고 껴안고 한없이 사랑해 줬다. 중국에서 아낀 생활비로 뭐라도 더 사 먹이려고 이곳저곳 골목식당도 많이 다녔다. 비싼 걸 사먹이기엔 내 주머니가 형편없었으니까. 그래도 처음 해외 가족여행이니 만리장성, 자금성에도 갔다. 유적지를 관광한다는 것보다 함께라는 기분에 그저 좋았다. 그 당시 애들에게 아빠는 강인하고 믿음직한 아빠여야 했기에 나는 내내 웃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웃음 속에서 장래의 불안감은 잠시 잊자고 했다.


PS : 혼자 지내며 애들을 돌보는 아내가 건강을 해칠까 봐 늘 걱정이었다. 중국 오기 전 집 근처 병원에서 갑상선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던 참이었다. 나는 아내의 건강이 걱정되어 귀국 후 종합검진을 꼭 해보라고 강요(?)했다. 아내가 종합검진비용 때문에 주저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종합검진 결과 아내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우리 가족 짧은 만남은 나에겐 내 마음에 큰 멍울 (?)을 남겼다. 3월 집을 떠날 때 강하게 먹었던 마음은 변함없었다. 중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미래의 꿈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5개월 뒤 베이징에서 가족과 3박4일를 지낸 후 나는 학교로 돌아와 열병을 앓았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함께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갑자기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평소 잘 이겨내며 나의 루틴을 유지했었는데... 나는 공항에서 아내와 애들을 떠나보내며 돌아서서 눈물을 보였다. 이런 감정은 꽤나 오래 지속되었다. 거의 한 달?? 나는 잡생각을 잊자며 공부에 몰두했다. 방학기간이라 대학교는 텅 비어 있었다. 그런 학교의 모습은 더욱더 내 맘을 황량하게 만들었다. 나는 매일 도서관으로 향했다. 방학기간 동안 나는 중국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현실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외로움을 달래며, 불안감을 잊고자 그때 열심히 한 결과는 나중에 중국법인의 법인장으로 오게 되는 기회로 연결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중1의 방학. 휴식에도 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