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소식이 담고 있는 걱정. 괜한 걱정이었다

작은 딸과의 대화

by 김쫑

2007. 10. 23

발신 : 아빠

수신 : 작은 딸

제목 : 이슬이는 장점이 참 많아요


이슬아! 오늘 언니 합격했다는 소식 들었다. 아빠는 기분이 좋은데 이슬이도 그렇지? 이슬이는 이슬이만의 장점이 많으니깐 이슬이도 잘 해낼 거야. 이슬이는 감성도 풍부하고 열정이 있어 무슨 일이든 잘할 거야.

이슬아! 세상에서 공부가 전부는 아니란다. 성적으로 줄 세우면 인생이 학생 때 결정 나게? 그런 게 아니지. 나중에 사회에 진출해서 여러 방면에서 성공한 사람이 나오잖아. 그러니 이슬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방면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둘 거라고 아빠는 믿어. 그리고 성공이전에 자기가 만족하며 하는 게 더 중요해.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의 삶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단다.

언니한테 축하한다는 말 해줬어? 이슬이는 의젓하니깐... 날씨가 부쩍 추워졌어.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그럼 이슬이 아빠랑 파이팅!!! 알았지!!!

안녕~~ 아빠는 이슬이 응원단장.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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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딸이 외고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쁘면서도 작은 딸이 걱정됐다. 공부 방향도 다르고 성적도 차이가 크니 작은 딸이 언니 합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지 해서다. 진정으로 축하해 주면 좋겠지만 사춘기 자매지간에는 약간의 질투도 있을 테고, 언니만큼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책망도 있을 거 같아 달래는 듯한 글을 쓴 것 같다. 하지만 글이 너무 상투적이라 그 당시 작은 딸이 이 편지를 읽고 어떤 감흥이 있었을 거 같지는 않다. 글 안에 '너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무언의 강요 같은 것도 느껴지고. 이런 게 진정성 없는 글인가? 조금 부끄럽다. 솔직하지 못한 나 자신이.


PS : 큰딸은 외고에 합격하며 본격적인 경쟁의 시기에 돌입했다. 잘하는 놈은 늘 잘하길 바라는 게 부모마음인지라 큰딸의 속마음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30대 중반이 된 큰딸은 그래서 지금도 조금 어렵다. 그동안 치열하게 살았을 지난날(큰딸은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을 너무 이해 못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1등이 더 스트레스가 크다는 걸... 나는 1등을 해본 적이 없으니 알턱이 없다.

지금 큰딸과 작은 딸은 서로의 길을 존중하며 격려하며 많이 소통하며 지낸다. 사춘기 때도 그랬을 터인데 그땐 괜한 걱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딸이 독일에 살며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각자의 길에 서로 의견을 물으며 도움을 주고 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나마 둘을 배려한다고 서로 다른 내용의 글을 써서 용기를 주며 격려했던 편지들이 아빠인 내가 할 수 있었던 수단이었는데 그 당시 썼던 편지들이 두 딸의 성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그건 서투른 아빠의 글 안에도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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