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하지만 우리 가족의 사랑은 길다

작은 딸과의 대화

by 김쫑

2007. 10. 14

발신 : 작은 딸

수신 : 아빠

제목 : 바쁘신가요??


아빠! 요즘 메일을 안 보내시네요? 그럼 전화라도 자주 해주셔요. 나는 오늘 도서관 갔다 왔어요.ㅋㅋ

그럼 ㅂ ㅏ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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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딸은 늘 나의 소식을 기다렸다. 이 메일은 뜸하면 전화라도 하라는 경고성 글이다. 바쁘게 지낸다며 연락 없는 게 다 핑계인 듯하다. 작은 딸이 공공도서관에 가면 분위기에 취해 자연스럽게 공부할 줄 알고 도서관에 가길 권하곤 했다. 아빠를 안심시키려는 지 불평의 끝에 도서관 갔다 왔다는 멘트 한 줄. 작은 딸의 깊은 맘이 담겨 있다. 자식은 부모가 더 잘 안다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작은 딸을 통해 알게 되었다. 두 딸이 나보다 낫고 자식이 아닌 개체 성인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갖아야 한다는 걸 퇴직 후 뒤늦게 내가 깨달은 것이 그나마 참 다행스럽다.


PS : 중국의 새 학기는 9월에 시작한다. 그래서 9월은 무척 바쁜 달이다. 내가 소식이 뜸했던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방학 기간 내내 중국어 공부에 몰두하며 중국을 깊이 알기 위해 중국 여기저기를 다니면서도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한 한 기만 지나면 귀국이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확신은 없다. 이런 복잡한 생각에 바쁜 새 학기까지 겹쳐 한 달이 정신없이 흘렀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 문제도 포함)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았던 것 같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다니는 지금 나이에도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나의 고민은 유별난 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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