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딸과의 대화
2007. 12. 2
발신 : 아빠
수신 : 작은 딸
제목 : 생일 축하해요!!
이슬아! 생일 축하해. 아빠가 멀리 있어서 선물을 보내진 못하지만 글에 아빠 맘을 듬뿍 담아 보내마.
늘 이슬이가 아빠 생각해 줘서 고마워. 아빠 중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고 이슬이도 건강하고 열심히 공부하도록 해.
생일날 뭘 제일 하고 싶으니? 이젠 점점 커가니 생일도 예전 같진 않겠지만 그만큼 이슬이가 어른이 되어 간다는 증거겠지. 이슬이가 올해 중학생이 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시험도 잘 보고 학교도 잘 적응하니 아빠 엄마는 매우 기쁘단다. 이슬이가 그만큼 잘한다는 얘기지.
이슬이 올해도 얼마 안 남았는데 마무리 잘하고 시험도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공부한 만큼 성적은 나오는 거야. 편안하게 생각하며 공부해. 다 잘할 수는 없는 거야. 자신 있는 과목, 좋아하는 과목에 치중하고 공부 시간도 잘 조절하며 효율적으로 공부하도록 해. 책상에만 앉아있다고 공부가 다 잘되는 건 아니니까. 언니는 그런 걸 잘하는 거 같애. 이슬이도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많이 좋아질 거야.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하고 아빠가 생일 축하 노래 불러 줄 테니 잘 들어봐요.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이슬이 생일 축하합니다~~~'
잘 들었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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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딸은 세심한 성격에 속이 깊다. 어린 나이에도 생일의 의미를 혼자 맘속에 새기곤 했다. 중국에서 작은 딸의 생일을 축하해 줄 방법이 없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축하글에 뭔 놈의 공부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ㅋㅋ. 축하도 학교 성적에 따라 급이 달라지는 건가? 가정에서 만큼은 그런 외적요인에 치우지지 말고 진정한 축하가 이뤄져야는데 글에 진정성이 조금 부족한 건 아닌지... 지금 다시 읽으니 그런 게 많이 보인다(변명을 좀 하자면 당시 나는 귀국 후 일자리 문제로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던 때였다). 나는 작은 딸의 어린 시절은 물론 청소년 시절에도 생일이 되면 꼭 편지를 써서 주곤 했다. 그 많은 편지를 작은 딸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작은 딸을 보며 진정한 가족의 사랑이 느껴져 눈물이 날 때가 많다.
PS : 며칠 전 독일에 사는 작은 딸이 가족 단톡방에 이런 글을 썼다. 엄마 나 낳을 때 아프지 않았냐, 입덧이 심해 고생은 하지 않았냐. 어떤 영화를 보다 그런 장면이 나와 울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아빠는 둘째인 나를 갖고 싶어서 가진 거냐, 둘째도 딸이어서 실망하지는 않았냐, 했다. 나는 전혀 아니라고 했다. 정말 그랬으니까. 지금은 딸 둘을 둔 게 너무나 행복하다 더할 나위 없이. 그날 단톡방에서 아내는 이렇게 썼다. '이슬이를 가진 것은 엄마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었다'라고. 두 딸은 감동했다며 하트를 날렸다. 단톡방에는 사랑이 가득 넘쳐났다. 딸 둘을 가진 아빠의 행복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딸 바보가 바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