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쫑 May 06. 2018

캄보디아 프놈펜, 메콩강의 그늘

프놈펜 메콩강 줄기를 따라 달리다

  이번 주말이 두 달간 프놈펜 대학에서의 현지어 교육 마지막 주말이다. 나는 다음 주에는 코00 단원으로 2년간 일하게 될 태국 국경 반티민쩨이로 떠난다. 반티민쩨이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380km 떨어져 태국 국경과 맞닿은 도시다. 이번에 프놈펜을 떠나면 프놈펜에 다시 올 기회가 없기에 프놈펜을 떠나기 전 꼭 한 번은 프놈펜의 메콩강을 따라 달려보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메콩.... 메콩강

  메콩강. 길이 4,020km, 유역면적은 80만 km.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이며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큰 강이다. 중국 靑海省 티베트 지방의 여러 강이 昌都부근에서 합류하여 雲南省을 남류하여 라오스와의 국경에 도달하여 라오스에서 1,500km에 걸쳐 흐르다가 캄보디아의 국경에서 폭포를 이룬다. 그 뒤 캄보디아를 남류하다가 크라티에에 이르는데, 이 부근부터 프놈펜까지는 상당히 큰 선박의 항행도 가능하며 지류들이 합쳐져 수량은 더욱 풍부해지고 흐름도 완만해진다. 프놈펜 중심지에서 돈레삽강(江)과 합류했다가 프놈펜 남쪽에 이르러 두 강으로 갈라지는데, 동쪽으로는 본래의 메콩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분류인 바삭강(江)이 흐른다. 여기서부터 베트남으로 들어가 220km를 흐르는데 흐름은 매우 완만하고 폭이 2km나 되며 유역에는 메콩강 삼각주 지대가 펼쳐진다. 베트남의 메콩강은 다이강(江)을 비롯한 9개의 강으로 갈라지는데, 이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메콩강을 구룡강(九龍江)이라고도 부른다.


  5월 3일은 캄보디아의 휴일이다. Royal Plowing Ceremony(왕실 농경의 날). 캄보디아의 한낮이 35도를 넘나 들기에 아침 일찍 뛰기로 하고 전날 준비를 마친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세차게 뿌리던 비는 잦아들었고 이런 날씨는 햇빛이 없으니 뛰기 더 좋다고 위안하며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준비물로는 얼린 물 2개와 전날 길거리에서 사 온 쌀로 만든 호떡 같은 거(?). 오늘 나는 왕궁이 있는 강가까지 6km를 멀리 돌아 뛰어 간뒤 그 뒤부터는 돈레삽강을 따라 달리다 돈레삽강을 건너 메콩강가를 달릴 생각이다. 숙소에서 대략 왕복 30km 거리. 그래서 되도록이면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11시 전에는 달리기를 마치는 계획을 세웠다. 왕궁까지는 몇 번 뛰어갔던 적도 있고 프놈펜 생활 두 달이기에 구글 지도를 보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코스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

오늘의 코스

  6시 50분 숙소를 나왔다. 갓길은 물이 차있어서 뛰면서 조심해야 한다. 오늘 뛸 거리가 짧지 않기에 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예정된 코스를 다 돌아보며 특히 메콩강변은 천천히 뛰며 그곳 사람들의 생활을 기록하고 사진도 찍기로 했다.

  해가 없으니 선선해서 좋긴 한데 빗물이 튀겨 이내 운동화가 젖는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니 그런 거에 신경 쓰면 안 된다.

빗속의  프놈펜 도로

  왕궁까지 뛰어서 가면 그 앞은 메콩강과 돈레삽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거대한 강물이 나를 반긴다. 나는 두 달 프놈펜에 있으며 서너 번은 산보 삼아 그곳까지 가보곤 했다. 오늘은 왕궁이 종착점이 아닌 중간 지점인 셈이다. 집에서 왕궁까지는 직진해서 달리면 4.5km인데 오늘은 왕궁 가기 전 강가로 접어들어 강을 끼고 길게 돌아 뛸 계획이기에 나는 평소 가던 왕궁 가는 길에서 2km를 앞두고 우측으로 꺾어 돌았다. 한참을 달리니 아담한 호수가 보인다.

이른 아침 한적한 호수가

  비는 계속 뿌렸다. 하지만 메콩강을 달려 보겠다는 나의 맘은 비도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뛰는 걸음은 가볍다. 2km 정도를 더 뛰니 저 멀리 큰 강이 보인다. 숙소에서 여기까지는 약 4.5km.

돈레삽강과 메콩강의 합류 지점(큰 건물을 중심으로 왼쪽이 돈레삽강 오른쪽이 메콩강)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우면 두 발은 자연스레 가벼워진다.  여기서부터는 달리미가 아닌 시인이 되어 뛴다. 아주 천천히. 비는 나의 시상(詩想)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다. 내가 이곳에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생경하게 느껴졌다. 감동과 자연에 대한 찬탄. 그리고 경외심. 나는 강가 잘 조성된 길을 따라 달렸다. 비가 오히려 나를 시원하게 만들었다.

거대한 강줄기. 경외감

  나는 돈레삽강과 메콩강의 합류지점을 끼고 왕궁이 있는 돈레삽강 방향으로 뛰었다. 비는 계속 내리지만 빗줄기는 엷어졌다. 빗속에 혼자 뛰던 나는 이곳에서 강변을 달리고 있는 몇몇의 외국인을 만났다. 서로 손인사를 하며 달린다. 혼자였던 나는 금방 친구와 함께 있는 듯 더욱 즐거운 맘으로 강변을 뛰었다. 비와 땀에 젖은 옷에 물이 줄줄 흐르고 운동화는 축축해진 상태이나 나는 내가 무엇을 신고, 무엇을 입었는지 잊고 뛰었다. 이런 상태는 대체로 몸이 매우 가볍다는 걸 말해준다.

  왕궁이 보인다. 제법 익숙해진 풍경이다. 빗속의 캄보디아 왕궁은 운치가 있어 보였다.

아침 빗속의 캄보디아 왕궁


  왕궁 앞 강가의 야자수 나무는 빗물을 흠뻑 머금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한 폭의 그림이다. 어디서 왔는지 가족들이 모여 비닐봉지의 아침밥으로 아침을 먹는 모습을 보니 뭔지 모를 뭉클함이 밀려든다. 왕궁 앞 이곳 강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놀러 오지만 구걸하는 사람들, 한 끼 식사조차 제대로 못한 것 같은 모습의 아이들도 많이 보인다. 마치 메콩강 그늘의 예고편인 듯...

빗속에서 서서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가족

  비는 거의 그쳤다. 하지만 바닥은 물이 고여있고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햇빛이 없으니 달리기에는 아주 좋다. 숙소에서 왕궁 이곳까지는 약 5.5km. 45분 정도 달려왔다. 아주 천천히 달린 셈이다. 중간중간 사진 찍느라 멈춰 선 시간도 있고. 이제부터 나는 쉬지 않고 달리기로 했다. 4.5km 정도를 달리면 돈레삽 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다. 돈레삽 강변의 산책로는 왕궁 앞에서 1.5km 정도 더 있고 그 뒤부터는 다시 안쪽 차도로 달려야 한다. 약 3km 거리는 강이 안 보이는 안쪽 도로다. 그러니 마냥 달려 다리를 빨리 건너는게 좋다.

 

저 멀리 보이는 다리가 프놈펜 하나뿐인 돈레삽강 다리

   쉬지 않고 달려와 다리에 왔다. 어느덧 비가 걷히고 해가 쨍쨍하다. 이젠 더위와의 싸움이다. 이 다리는 일본이 무상으로 지어준 다리인데 2차선으로 폭이 좁아 지금 다시 일본의 원조로 옆에 다리를 하나 더 건설 중에 있다. 원조를 디딤돌로 삼아 옛 크메르 제국의 영화를 재건하는 걸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다리를 지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 희망을 보는 듯 하다.

캄보디아의 희망

   나는 돈레삽 강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면 그곳은 캄보디아 내륙으로 가는 여러 갈래 국도와 만난다.

로터리 방향 표시

  나는 표지판을 보고 1시 방향으로 뛰었다. 8시 반을 조금 넘긴 시간인데 내리쪼이는 햇볕이 강열하다. 물을 마시며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뒷목이 따갑다. 선캡을 다시 고쳐 쓰며 선크림을 얼굴, 뒷목, 다리, 손등에 듬뿍 발랐다. 근처 가게에서 콜라도 사 마시며 물도 한병 배낭에 넣었다. 오늘 달리는 길은 그래도 가게가 있는 곳이라 마실 물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대략 13km 뛰어온 나는 500L 물을 이미 3개나 마신 상태다. 대체로 1~2km마다 목을 축이며 달렸다. 이제 메콩강까지는 1km 남았다. 가로수의 망고는 아무도 관심 없어 오히려 망고가 먹는 과일인지 민망할 정도다. 캄보디아에서는 망고가 지천으로 가장 싼 과일이다

캄보디아에서 너무 흔한 망고

  메콩강이 눈앞에 보인다.


  하지만 메콩강가는 집들로 가로막혀 몇 미터 안쪽의 도로를 뛰던 나는 좌측의 메콩강가는 볼수가 없다.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이곳까지 흘러온 메콩강에서 삶을 읽어 내고자 했던 나는 메콩강가를 점하고 있는 호화 주택의 높은 담벼락을 보며 달리고 있어 이곳이 메콩강가 도로인지 구분할 수도 없다.

메콩강가의 호화주택들

  호화주택의 담벼락이 끝나니 메콩강의 아이들이 보인다. 벌거벗은 꼬맹이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 보인다. 메콩강을 가리고 있는 담벼락은 나에게 아무 말도 안 하지만 메콩강의 아이들은 나에게 다가와 아는 체를 한다. 이게 내가 기대했던 메콩강의 모습이기도 하다.

메콩강의 아이들 1

  이곳에 메콩강변을 보며 따라 달리는 길은 없었다. 나는 메콩강과 돈레삽강의 합류 지점(왕궁 앞에서 바라본 맞은편)을 향해 메콩강 안쪽으로 난 도로를 달렸다. 내가 달리던 도로에서 합류지점은 먼데서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좋은 호텔인 쏘카 호텔이 멀리서도 보이때문이다. 왕궁 앞에서 건너편 바로 보이는 호텔이 최고급 호텔, 쏘카 호텔이다. 쏘카 호텔을 끼고 옆으로 달리던 나는 두 강의 합류지점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드넓은 두 강의 합류를 마주 보는 설렘도 있었지만 합류지점 메콩강 끝자락의 강가 마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판잣집. 덕지덕지 이어 붙인 나무토막 집들은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나의 발걸음은 어느덧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캄보디아 최고급 호텔 아래 메콩강가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곳은 캄보디아 왕궁으로부터 바로 강을 건너 온다면  3k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캄보디아의 그늘. 뒤에 보이는 건물이 캄보디아 최고급 5성급 쏘카호텔

  나의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처음 보는 광경에 사진 찍는 것도 두렵다. 메콩강의 기슭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볼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이들에게 큰 죄를 짓는 거 같아 조심스럽다.

공중에 떠 있는 나무와 천조각들. 메콩강의 집

  이곳은 우기에 강물이 범람하면 넘쳐날 건 뻔하다. 이곳 사람들의 삶은 매년 이런 걸 반복하는 건지.. 한두 평의 나무집은 태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그 안에 그들은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내가 그들의 삶에 어떤 평가를 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그럴 자격도 없고. 그래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만 다.

천진 난만한 아이

  마을 한가운데서 노는 아이들은 모두 맨발이다. 신발이 없어 안 신은 게 아니라 흙바닥에 맨발이 촉감이 좋기에 그럴 거라고 위안을 삼았다. 아이들의 눈빛은 해맑다.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던 아이들이 자기들과 함께 같이 놀자며 나의 손을 끌었다. 나는 아이들과 섞여 잠시 뛰며 놀았다.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기 위해 열심히 뛰고, 열심히 웃었다. 그게 여기서 지금 내가 해야 할 몫이라 생각했다.

메콩강의 아이들 2

  메콩강의 강변은 따가운 햇살이 비춘다. 하지만 그 햇살 뒤편에는 메콩강의 그늘이 어둡게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쏘카 호텔을 바라보며 다시 흙길을 걸어 올라갔다. 뛰지 않고 그냥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 졌다. 메콩강의 그늘이 나의 모든 의욕을 꺾었다. 흙길을 밟으며 메콩강의 그늘을 벗어나 걸어나가는 이 길, 나의 발걸음은 매우 무겁다. 우뚝 솟은 쏘카 호텔이 나를 째려보는 듯하다. 쏘카 호텔 뒤편에서 한참을 서서 맞은편 왕궁과 프놈펜 시내, 왼쪽 방금 걸어 올라온 메콩강의 그늘을 번갈아가며 봤다. 말할 수 없는 상념이 밀려온다. 상념... 상념들.

메콩강, 돈레삽강 합류지점에서 본 프놈펜 시내 전경

  비 온 뒤 프놈펜의 하늘은 맑다. 그늘 한점 없다. 하지만 다시 눈을 돌려 바라본 메콩강 그곳엔 햇볕 너머 그늘만이 내 눈에 보였다.

쾌청한 하늘과 메콩강의 그늘

  이제 돌아가야 한다. 나는 오늘 30km 목표에서 17km를 달렸다. 뛰기 시작한 지 이미 2시간 반을 넘겼다. 메콩강의 그늘, 이곳에서 나는 30여분을 머물렀다. 뭔가를 알고 싶긴 했다. 왜 그들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 난 메콩강을 기억하며 다시 뛰었다. 이제 다리를 건너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 가는 왕궁가는 돈레삽 강변길이다. 캄보디아는 대부분이 불교 신자지만 힌두교 신자도 10% 정도 된다. 나는 메콩강의 잔상이 계속 남아 복잡한 맘이 있었기에 뛰던 중간에 불교사원과 힌두교 사원을 들러 고개를 숙여 무언 절을 하며 위안을 삼았다.

캄보디아 불교 사원
캄보디아 힌두교 사원

  다리를 건너 왕궁 방향으로 달리면서는 구름 한 점 없는 땡볕을 그냥 달려야 했다. 한낮의 태양에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나 혼자뿐이다. 나는 왕궁 방향을 향해 뛰었다. 어차피 다시 뛰어서 돌아가기로 한 이상 나는 빨리 뛰어 왕궁 앞 공원 그늘에서 쉬면서 간식을 먹을 생각이다.   

좌측이 돈레삽강. 멀리 앞쪽이 두 강의 합류 지점. 좌측 큰 건물이 쏘카호텔

  왕궁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여긴 메콩강의 그늘이 없다.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비둘기가 이를 증명하듯 이리저리 날며 행복한 날갯짓을 한다. 아이들과 비둘기. 어느덧 나는 메콩강의 그늘을 잊었다. 배낭을 풀어 간식을 꺼내 한 잎 베어 문 나는 목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먹는 이 쌀 호떡은 우리나라 돈으로 400원이다. 나는 지금 이거로 행복해 하지만 혹시 아까 메콩강에서 본 아이들은 매일 먹는 이것이 지겨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간식 쌀호떡(?)

  한참을 쉬었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갈 길은 익숙한 길이다. 출발에서 여기까지가 약 25km, 지금 시간이 10시 40분. 6시 50분에 숙소를 출발한 나는 두 곳에서 50분 정도를 쉬며 사진 찍고 기록했고, 실제로 뛰기는 세 시간 정도를 뛰었다. 시간당 8.3km를 뛰었으니 더운 날씨에 알맞게 뛴 셈이다. 오늘 프놈펜의 마지막 달리기는 메콩강이 목적이었다. 나는 프놈펜의 돈레삽강, 메콩강을 두 발로 꽤 많이 디뎠다. 떠나며 보는 왕궁은 행복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곳의 행복은 왠지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 맘이 씁쓸했다. 

왕궁의 행복

   숙소에 도착한 나는 물이 줄줄 흐르는 옷을 힘겹게 벗었다. 땀에 찌든 옷은 잘 안 벗겨진다. 잘못 벗다가는 찢어질 수도 있다. 옷을 빨리 벗어 던지고 샤워를 하고 싶은 나는 옷 벗는 그 몇 초를 견디지 못하고 빨리 벗다가 옷이 찢어진 경우도 있다. 몇 시간을 견디며 뛰어 왔으면서 몇 초를 견디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서 가끔 나는 나의 모자람에 스스로를 채찍질 하곤 다.

  샤워기를 틀었다. 샤워기 구멍구멍 사이에서 비집고 나오는 물들이 서로 경쟁하듯 나의 몸에 물을 뿌려댄다. 피부는 땀이 말라 소금이 긁힌다. 물로는 안된다. 나는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맘 한켠에 있는 메콩강의 그늘은 샤워기로도 지워지지 않았다. 샤워기 물을 더 세게 돌렸다. 메콩강의 그늘이 씻겨져 나가길 바라며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서 물을 맞았다. 하지만 메콩강변에서 맨발로 뛰어놀던 아이들, 초점 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어른, 1달러를 말하며 계속 나의 뒤를 쫓아오던 할머니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잊힌 제국 크메르, 빛나는 앙코르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