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도보 동서횡단 후기

찌는 더위 속 캄보디아를 매일 42km 걷기 위해 나는 무엇을 준비했나?

by 김쫑

사람들은 캄보디아에서 걷는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찌는 듯한 더위와 낯선 환경(빈곤 국가에서 겪을 거라고 예상되는 여러 가지..)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딛고 목적을 달성하면 성취감은 더 크다. 그래서 나는 낯선 환경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한다.

낯선 해외에서 준비가 소홀하면 걷는 중에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 1년째 살고 있는 나도 이번 도전을 결정하면서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준비를 하면서 두려움은 새롭게 경험할 신세계에 대한 희망으로 바뀌었다.

나는 왜 걸었고 그렇게 걷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나?


1. 정신력

몇백 km를 하루에 정해진 목표대로 걷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하루에 25~30km 정도로 열흘 한달을 걷는 것은 건강한 성인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하루 이 정도 거리는 아침 6시 반에 출발하여 가다 쉬다 쉬엄쉬엄 걸어도 저녁 6시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40~50km는 쉽지 않다. 빠르게 걸어야 하며 쉬는 시간도 없이 계속 걸어야 한다. 보통사람의 두 다리는 40km 넘기면 힘들다. 만약 50km 를 넘긴다면 걷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다. 우리의 신체는 준비한 만큼 사용되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강한 정신력은 신체의 역량을 배가시킨다. 강한 도전의 첫걸음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일상의 두껍고 견고한 틀을 깨는 것에서 부터 출발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한계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마인드를 가진다면 도전을 통해 누구나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당신은 이미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 다만 자기 자신을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2. 체력

정신력만으로는 장거리 도보 여행을 할 수 없다. 자신감만 믿고 장거리 도보를 결행한다면 외국에서는 위험한 상황을 수도 있다. 캄보디아에서 장거리 도보를 주저하는 이유는 무더위에 체력이 고갈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남아시아에서 하루 40km를 10일 이상 걷는 도전을 하고 싶다면 우선 한국의 여름 날씨 한낮에 40km를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의 여름 날씨에 배낭을 메고 하루종일 걸을 수 없다면 캄보디아에서도 걸을 수 없다. 그리고 간신히 하루이틀 걷긴 했으나 다음날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붓고 아프면 이 또한 도전하기 어려운 신체 상태다. 스스로 이러한 체력 검증을 통해 괜찮다라고 하면 캄보디아라고 도전 못할 건 없다. 캄보디아의 더위 때문에 장거리 도보 도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다. 고난이 많을수록 느끼는 성취감은 크기에 그동안 살아오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적었던 사람은 이런 도전을 통해 생각의 폭을, 삶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강한 체력은 도전의 기본

3. 준비물

1) 전체 일정 안배 및 일일 상세 코스도

전체 도보 계획

* 전체 도보 계획을 세운 후 자신의 체력에 맞게 하루거 안배가 되었는지, 어느 때가 가장 무리가 되는 때인지를 알고 미리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또한 하루 구간에서 먹을 곳, 잘 곳을 미리 확정해야 한다(인터넷 정보를 통해 최대한 상세히. 구글 정보나 지도가 상세한 편이라 도움이 많이 된다)


2) 상세 준비물

* 이 표에서 먹는 것은 준비물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물이나 간식을 포함하면 배낭의 무게는 4~5kg 된다. 현지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물이나 음식을 배낭에 담아야 한다(취사나 야영을 고려한다면 배낭이 10kg은 훌쩍 넘고 그 무게로 하루 40km 이상을 걷는 것은 더 강한 체력을 요구한다. 배낭 무게보다도 캄보디아에서는 야영을 권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야영지가 딱히 없어 곤충, 뱀, 쥐 등에 노출되고 밤에 숲을 드나든다면 말라리아 모기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국도변이나 마을에는 말라리아 모기가 없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장거리 도보에서는 말라리아에 대한 사전 대비도 필요하므로 피한방울로 간단히 말라리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일회용 체크기를 준비해야 한다)

걷다보면 더위에 땀범벅이라 사타구니, 젖꼭지, 겨드랑이가 땀에 쓸려 쓰리다. 선크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셀린이다. 그리고 발에 물집이 잡히지 않게 스포츠테이프로 매일 아침 출발전 테이핑은 필수다.

옷이나 배낭이 뜯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실이나 바늘이 필요하고 나는 걸으며 핸드폰으로 사진 찍고 핸드폰에 메모를 하기에 보조배터리를 대용량으로 꼭 챙긴다.


4. 자는 것과 먹는 것

해외에서 도보 여행을 한다면 자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캄보디아 웬만한 도시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시설은 천차만별이다. 캄보디아 물가가 비싸지 않아 돈에 대한 부담은 적다.

자는 것과 먹는 것에 대한 준비는 우선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한다. 아무데서나 자고(물론 야외를 말하는 것은 아님), 그 나라 음식으로 식사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간단히만 씻고 자는 것에도 익숙해야 한다. 또한 해외 도보 여행에서 중요한 점은 "그 나라 말을 어느 정도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간단한 현지어를 할 수 있다면 잠자리나 먹을 것의 문제가 생겼을 때 현지 주민과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걸으며 만나는 현지 주민들과도 깊은 교감을 할 수 있어 도보 여행의 진짜 맛을 느낄 수 있다.


5. 문화 이해

"모든 게 나와 다르다". 그 나라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그 나라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현지인의 삶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여행이 재밌다. 생활 수준의 차이나 위생의 불결함으로 캄보디아 사람이나 문화를 하대해서는 안된다.


6. 글쓰기

걷는 것보다 과정을 글로 쓰는 것은 더 어렵다. 한 권의 책으로 만들고 싶다면 걸으며 느낀 것을 그때그때 스토리로 적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자신의 모든 여정을 나중에 글로 남기고 싶다면 걸으며 느꼈던 감상을 걸으며 즉시즉시 적어놔야 한다. 적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린다. 나는 핸드폰으로 메모를 한다. 걸으면서 느낀 것의 중심 단어나 간단한 문장을 핸드폰에 메모한다(사실 걸으며 핸드폰에 입력하는 것이기에 약간 위험하다. 그렇다고 메모한다고 쉬면서 할 수는 없다. 나는 걸으며 수시로 메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모 할 때는 안전을 위해 최대한 갓길로 걸으며 입력한다). 이렇게 쓰면 걷기를 다 마치고 핸드폰 메모 내용을 다시 정리하여 간단한 문장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것을 토대로 나중에 천천히 글을 써 나가면 한 권의 책이 된다.


7. 맺는말

두발로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걷는 행위가 아니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과정이다.

가정이나 사회 속에서 견고한 틀에 갖혀 지낸 시간들, 그 막을 걷어내고 내면에 감췄던 나의 꿈을 펼쳐 보고 싶다면 우선 혼자서 힘들게 걸어 봐라. 그때 우리는 능력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내가 결코 하찮은 존재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9일간 378km를 마쳤을 때 나는 나 자신을 더 알게 되었고 내가 아직도 청년이라는 사실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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