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토네이도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클럽에 가입하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 제공'이지만 책을 모두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예전에 어버이날 콘텐츠로 '엄마, 아빠 문답 고사'같은 게 큰 이목을 끌었다. 엄마와 아빠의 삶에 대한 QnA 같은 건데 이 책도 비슷한 류의 책이라 생각하면 된다. (책보다는 질문지에 가깝다.) 부모님도 나와 같이 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를 보낸 분들인데 생각보다 부모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내가 막 캐묻지 않는 한 부모님의 어린 시절도 알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나는 편두통이 있고, 대부분의 편두통이 모계 유전이라는 것을 안 이후 엄마의 과거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언제부터 머리가 아팠으며, 치료를 어떻게 받았고, 뭘 먹었는지 등. 엄마는 기억이 잘 안 난다며 드문드문 생각나는 걸 말해줬는데 그때 기분이 이상했다. 엄마의 청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새로웠고, 부모와 자녀라는 타이틀을 떼면 각자의 세계가 있는 한 인간임을 새삼 깨달았던 것 같다.
『아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받고 생각이 많아졌다.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의 삶이 한 권의 책이 된다.'는 말에 눈길이 갔다. 이 책은 10대 시절, 가족, 사랑 등 총 11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즉, 책에 나온 질문에 충실하게 답하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아빠에게 이 책을 주고, 작성해 보라고 할까 여러 번 고민하다 관뒀다. 6남매 중, 5번째로 태어나 시골 섬에서 어렵게 자란 아빠에게 이 책의 질문들은 너무나 미국식(혹은 현대식) 이었다.
내가 어렴풋이 아는 우리 아빠는 중학교 때 남동생과 둘이 섬을 나와,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힘들게 자취를 했다. 질문 중, '스무 살 시절 가족과의 따뜻한 경험에 대해 쓰라.'는 게 있었는데 아마 없을 것 같다. 아빠의 삶은 살아남기위해 팍팍했고 억척스러웠다. 뭔가 마음이 아프다. 가부장적인 성격과 밤낮으로 일해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아이들을 재우는 노하우'도 없다. 그 시절 여느 가정이 그랬듯 육아는 엄마 전담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질문들이 아빠가 느끼기에는 조금 거리감이 있을 거 같아 전달하지 못하고 간직하고만 있다.
이 책의 질문들을 하나씩 읽으며, 내가 부모가 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이런 책을 서슴없이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보낸 시절들이 풍성했던 것은 부모님의 엄청난 지원과 노력이 있었다는 걸 알기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