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결말에 대한 스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읽지 말아 주세요!⭐
처음에 영화로 접했던 책이다. 아무 배경지식 없이, 단순히 엠마 스톤과 마크 러팔로가 나온다고 하길래 봤는데, 뇌를 써는 등 징그러운 장면도 많고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이 많아서 보다가 포기했다. 아무리 19금이라지만 맥락이 있어야지, 맥락이! 하면서 소설책으로 다시 읽기 시작.
책도 불친절하다. 처음에 '원서로 봐볼까'하다가 원서로 안 본 나 자신을 칭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앞 부분을 안 봤으면 소설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텐데, 영화를 중간까지 본 덕분에 소설 앞 부분은 그나마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시각적 효과가 뇌에 주는 임팩트가 얼마나 큰지, 영화 좀 봤다고 소설 읽을 때마다 주인공 모두 영화배우들 떠올리며 읽는 나 자신을 발견.
책 내용은 생각보다 선정적이지 않은데, (작년에 읽은 책이라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구체적인 묘사도 없었던 것 같다.) 왜 영화를 그렇게 만들었나 싶다. 아무래도 주인공 벨라가 호색증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를 그렇게 자극적으로 만들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 반전이 상당하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 책을 읽다가 뒷부분을 읽고 깜짝 놀랐다. 소설 다 읽었다고 책 덮지 마시고, 꼭 뒤에 있는 벨라 여사의 편지라고 해야 하나, 그 부분까지 읽기를 당부드린다.
결론적으로 벨라는 유산한 것도 아니었고, 벡스터에게 신생아의 뇌를 이식받아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벡스터는 한낱 인형처럼 사는 벨라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새 삶'을 선물해 준 것이다. 벡스터는 벨라에게 자유의지를 줬다. 선택할 수 있는 의지를, 날개를 달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의지를 줬다. 벨라는 그런 벡스터를 사랑했고, 사실 구체적으로 표현되진 않았지만 벡스터도 벨라를 사랑했으나 본인의 남성성이 어린 시절부터 결여됐기에 말하지 않았을 뿐 아닐까 싶다. (벨라가 호색증이 있다는 걸 알기에 감정을 더 숨긴 것 같다.)
책 제목이 왜 '가여운 것들'인가 생각해 봤는데, 결론적으로 여기 나온 사람들 다 가여운 사람들이다. 벨라의 남편인 맥캔들리스는 죽는 날까지 벨라가 자신을 사랑한다 믿었고, 벨라는 가여운 실험의 대상자라 생각하며 끝까지 어떤 진실도 모른 채 살았고, 벨라는 벡스터 옆에 남기 위해 맥켄들리스를 속이며 옆에 남은 것으로 보인다. 벡스터 역시 사랑하는 벨라를 옆에 두고도 표현조차 못 하는 존재가 되었고. 그래서 주인공들 모두 '가여운 것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