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꽂이

가여운 것들 (엘러스데어 그레이)

by 고로케

소설 결말에 대한 스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읽지 말아 주세요!


처음에 영화로 접했던 책이다. 아무 배경지식 없이, 단순히 엠마 스톤과 마크 러팔로가 나온다고 하길래 봤는데, 뇌를 써는 등 징그러운 장면도 많고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이 많아서 보다가 포기했다. 아무리 19금이라지만 맥락이 있어야지, 맥락이! 하면서 소설책으로 다시 읽기 시작.


책도 불친절하다. 처음에 '원서로 봐볼까'하다가 원서로 안 본 나 자신을 칭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앞 부분을 안 봤으면 소설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텐데, 영화를 중간까지 본 덕분에 소설 앞 부분은 그나마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시각적 효과가 뇌에 주는 임팩트가 얼마나 큰지, 영화 좀 봤다고 소설 읽을 때마다 주인공 모두 영화배우들 떠올리며 읽는 나 자신을 발견.


책 내용은 생각보다 선정적이지 않은데, (작년에 읽은 책이라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구체적인 묘사도 없었던 것 같다.) 왜 영화를 그렇게 만들었나 싶다. 아무래도 주인공 벨라가 호색증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를 그렇게 자극적으로 만들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 반전이 상당하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 책을 읽다가 뒷부분을 읽고 깜짝 놀랐다. 소설 다 읽었다고 책 덮지 마시고, 꼭 뒤에 있는 벨라 여사의 편지라고 해야 하나, 그 부분까지 읽기를 당부드린다.


결론적으로 벨라는 유산한 것도 아니었고, 벡스터에게 신생아의 뇌를 이식받아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벡스터는 한낱 인형처럼 사는 벨라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새 삶'을 선물해 준 것이다. 벡스터는 벨라에게 자유의지를 줬다. 선택할 수 있는 의지를, 날개를 달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의지를 줬다. 벨라는 그런 벡스터를 사랑했고, 사실 구체적으로 표현되진 않았지만 벡스터도 벨라를 사랑했으나 본인의 남성성이 어린 시절부터 결여됐기에 말하지 않았을 뿐 아닐까 싶다. (벨라가 호색증이 있다는 걸 알기에 감정을 더 숨긴 것 같다.)


책 제목이 왜 '가여운 것들'인가 생각해 봤는데, 결론적으로 여기 나온 사람들 다 가여운 사람들이다. 벨라의 남편인 맥캔들리스는 죽는 날까지 벨라가 자신을 사랑한다 믿는 동시에 벨라를 가여운 실험의 대상자라 생각하며 끝까지 어떤 진실도 모른 채 살았고, 벨라는 벡스터 옆에 남기 위해 맥켄들리스를 사랑한척 연기했다. 벡스터 역시 사랑하는 벨라를 옆에 두고도 표현조차 못 하는 존재가 되었고. 그래서 주인공들 모두 '가여운 것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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