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보라 작가의 소설집인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총 7편의 단편집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단편집은 개성이 뚜렷해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소설집은 뭔가 어렵다. 각 작품마다 갖고 있는 매력이 분명한데, 뭔가 해석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이해를 잘 못 하고 있는 건가?'싶다가도,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소설을 하나하나 해석할 필요가 없어 보여 흘려보냈다.
전체적으로 뭔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이 뭔가 불쾌감을 주지는 않는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문화자본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많아서 그런지(예: 무용, 미술, 와인, 연극 등) 그렇게 또 공감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수록작 중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에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 2인이 뜨겁게 토론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라면 저런 질문을 받고 싶지도 않고, 대답조차 할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정도로 내게 소설 속 인물들의 삶과 질문들은 난해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이 소설은 내게 꾸준히 '너는 독자고, 이 책은 소설이다.'라는 신호를 줬다. 마치 내가 평소 섞일 수 없던 남의 이야기를 대놓고 보는 듯한 느낌, 대놓고 듣는 듯한 느낌이 있다. 애매하지만 친절하지도 않고. 다정하지 않지만 묘하게 계속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