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터 출산까지 (2017.03.19. 작성)
아가가 생겼다는 설렘은 잠시, 출산이 다가올수록 두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출산 자체에 대한 육체적 두려움도 크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내가 아가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또래 아이들만큼 교육시킬 수 있을까, 아가는 커갈수록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가가 원하는 만큼 지원할 수 있을까.' 등의 정신적 두려움도 크다.
국가예산정책처의 저출산 대책 평가 중에서 교육 부분을 살펴보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혼자의 약 50%가 '자녀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자녀를 더 낳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녀 수에 따라 그 비율은 다르지만(무자녀 13.3%, 1자녀 41.8%, 2자녀 49.7%, 3자녀 이상 65.5%), 자녀를 낳고 키우기 위해서는 경제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경제적 요인에 '일과 가정생활을 동시에 수행하기 어려워서'와 '믿고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서'라는 응답을 포함하면 약 70%에 이르는데, 이는 자녀를 더 낳지 않는 것이 양육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즉, 맡길 곳이 마땅치 않고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녀를 더 낳는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한 번의 출산으로 육아휴직을 받은 경우, 복직해서 일을 하다가 임신을 하게 된다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닌 이상, 또 육아휴직을 받기 어렵다. 여전히 직장에서 눈치 보이는 게 싫어서 사직을 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임신 사실을 알린 직원 앞에서 축하한다고 말한 어느 임원이, '이래서 여자는 안 돼. 일 좀 할만하면 결혼하고 임신하고...'라고 뒤에서 말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임신·출산·육아는 결국 돈이다. 정부는 임신과 출산 지원금인 바우처 50만원을 비롯해서, 출산축하금 및 양육수당 등(지역별로 다름)을 제공하지만, 일반 가계에서는 기본적인 양육비(식료품비, 의류비, 보건의료비 등) 뿐 아니라 교육비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돈이 많이 필요하다. 게다가 교육비는 자녀의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공교육비뿐 아니라 사교육비도 생각해야 하는 부모의 경제적 부담은 점차 증가한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공교육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필수로 인식되고 있으니까.
국가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가계 소비 지출에서 자녀 1인당 월평균 양육비는 영유아기 64만원, 3~6세 미취학기 71만원, 초등 저학년 74만원, 초등 고학년 80만원, 중학생 83만원, 고등학생 99.6만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교육비만을 별도로 살펴보면, 초등 저학년부터 양육비의 약 10%가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녀 수가 증가하면 부담도 함께 증가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 역시, 둘은 낳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서 고민 중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에서 매년 초에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18.1조원으로 전년대비 1.3%(2015년 17.8조원) 증가했다. 초중고 학생 수가 작년보다 3.4% 감소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전년대비(2015년 24.2만원) 1.2만원이 증가해 25.6만원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통계청에서 헤드라인에 발표하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까지 포함해서 산정한 것이기 때문에,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만을 대상으로 다시 산정하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7.8만원(약 12만원 차이)으로 나타난다. 이는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더 커져 고등학교는 약 2배 차이(약 24만원 차이)가 난다.
게다가 가계 소득 수준에 따라 지출되는 월평균 사교육비의 차이도 크다. 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계는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로 5만원을 지출하지만, 소득 700만원 이상인 가계는 44.3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 차는 약 40만원(약 9배)이다. 그리고 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계는 평균과도 약 20만원의 차이(약 5배)가 난다. 참고로 사교육 참여율은 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계 30%, 소득 700만원 이상인 가계 82%로, 약 50%p 차이(약 3배)가 난다.
가계 소득별로 사교육비의 차이가 큰 것도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영유아 사교육비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영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4만원, 연간 총액은 약 1조 4천억원 정도에 이른다. 부모에게 선택권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특별활동비를 비롯해서, 영어 등의 학습 교육비가 지출되고 있다.
어려서부터 사교육비에 지출하고 싶지는 않다. 잘 모아뒀다가(잘 모아야 할 텐데) 아가가 커서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지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한다면 학비 걱정을 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자발적으로 용돈 벌이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괜찮다 생각하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경험상 너무 힘들고 괴롭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 아찔하다.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베이비 페어에 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필요한 용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중고 마켓도 살펴봤다. 그후 지인에게 선물 받은 것을 정리하고, 베이비 페어에서 실물을 직접 보고나서 사야 할 것과 사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했다. 다른 것은 더 살펴보더라도 유모차는 그곳에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베이비 페어에서 가장 오래 있던 곳은 그곳에서 사기로 결정한 유모차 부스였다. 종류가 너무 많고 다 좋아 보여서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신생아 카시트와 결합할 수 있는 절충형 유모차로 결정하고, 돌 이후에 사용할 카시트까지 함께 구입해서 할인받았다. 그리고 너무나 내 취향인 턱받이를 발견해서 그것도 하나 샀다.
베이비 페어에 다녀오니 머리에 남는 건 유모차의 가격이었다. 유모차를 사주시겠다는 분이 계셔도 선뜻 사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가격. 2012년에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우리나라 3대 백화점(롯데, 신세계, 현대)에서 판매하는 유모차 중, 해외 브랜드가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꼭 국내 브랜드를 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브랜드 유모차의 수입국별 판매 가격차가 약 2배에 이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같은 단체에서 2014년에 유모차의 안전성, 내구성, 강도, 안정성에 대해 테스트한 결과, 조사 대상인 15개 제품 중, 13개의 제품이 영국 표준 및 유럽연합 안전 기준(BS EN 1888: 2012)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가격 차이는 크지만 품질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가격이 두 번째로 저렴한 국산 카펠라가, 그 보다 4배 이상 비싼 오르빗 베이비보다 품질 평가 점수가 더 높았으며, '구매할 가치 있음' 등급으로 평가받은 유모차 중에 가장 저렴한 유모차는 국산 페도라로 나타난 것이다.
그나저나 쇼핑을 워낙 귀찮아하는 성격이라 앞날이 깜깜하다. 살 것도 많은데 일일이 비교까지 해야 할 테니 말이다. 일단, 로또나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