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터 출산까지 (2017.03.24. 작성)
출산 예정일 3개월 전부터 산후조리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6개월 전부터 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인기 많은 곳을 선택할 생각이 없어서 느긋하게 알아봤다. 산후조리원을 선택하기 위해서 정해 놓은 기준은 없었지만, 산후조리원 이후에 독박육아가 예정되어 있기에, 2주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푹 쉴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사람마다 중요도를 두는 것이 다르므로, 산후조리원은 주변인의 추천을 받는 것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를 정해서 그것에 맞춰서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방음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번화가는 제외했다. 밤이나 새벽에 시끄러우면 휴식에 방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에 불이 난다면 소방차가 들어와야 하니 골목에 있는 곳보다는 대로변에 있는 곳이 나을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남편이 출퇴근하면서 들르는 곳이기 때문에, 차를 이용한다면 주차 여부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역세권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남편이 집과 산후조리원을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으므로 집과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선택하기로 했다.
산후조리원은 위생이 중요하다. 산모도 신생아도 면역력이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위생에 소홀하면 질병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원 곳곳에 소독제가 갖춰져 있는지, 구성원들이 수시로 사용하는지, 살균·소독·청소 시간이 규칙적으로 운영되는지 확인한다.
연계된 소아청소년과가 있는지 전문 간호사가 상주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의를 필요로 하는 신생아의 급박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에 신생아가 너무 많으면 질병이 옮기도 쉽고 관리가 소홀할 수 있으므로 신생아가 어느 정도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특히, 원하는 분유가 있다면 그 분유를 먹일 수 있는지 확인한다. 나는 N사를 불매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회사 분유만 들어온다는 곳은 제외했다.
산후 프로그램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지 체계적으로 운영하는지 살펴보고, 식단도 살펴본다. 빨래는 어떻게 해주는지 산후조리원에서 제공해주는 것과 산모가 준비해 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서비스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제공하는데, 다른 산후조리원과의 차별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황토찜질방이 있는 곳은 우선순위였다.
산후조리할 때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므로 대부분의 산후조리원은 난방이 잘 되어있다. 나는 실내에서 양말 신는 것을 답답해해서 양말을 벗고 있어도 따뜻한 정도인 곳을 찾고 싶었다. 산후조리원을 다녀볼 때 일반 옷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약간 더운 정도인 게 좋았다.
식사는 같은 공간에서 하더라도 욕실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몸이 힘든데 순서를 기다리기도 어렵고,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시기에 신생아도 만져야 하기 때문에 공동 사용은 모두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산후조리원은 산모와 신생아의 안전을 위해서 남편만 들어오게 되어 있다. 남편이 못하면 성인 1명만 지정해서 들어올 수 있다. 축하 방문을 해주시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손님이 온다고 하면 편하게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면회가 가능한 곳은 선택하지 않았다. 또한,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사교육을 홍보하는 곳이 있다고 하니 외부인의 출입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역시 비용이었다.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 비용이 크게 차이 나는 곳도 더러 있었다.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봐야 했다. 앞으로 아가에게 들어갈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더욱 신경이 쓰였다. 산후조리원을 돌아다니다 보니, 그날 계약하면 할인을 해주겠다는 곳도 있었지만 그런 곳은 왠지 상업적이라 신뢰가 가지 않았고, 상담실에 환불 규정이 잘 보이게 명시해 놓은 곳은 안심이 됐다.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면서 서울에 산후조리원이 얼마나 있는지, 지역별로 비용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졌다. 서울시에서는 상하반기에 각 1회씩 자료를 공개하는데, 2017년 2월 기준 자료에 취합된 산후조리원은 157개소였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가 19개소(12.1%)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많은 곳은 송파구와 강동구(11개소, 7.0%)였다. 산후조리원이 하나도 없는 곳은 용산구였고, 가장 적은 곳은 종로구(2개소, 1.3%)였다.
산모방은 일반실과 특실로 구분되어 있으며, 일반실이 없는 곳은 7개소, 특실이 없는 곳은 57개소로, 전체의 약 60%가 일반실과 특실을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다. 일반실과 특실도 옵션에 따라 금액이 다른 곳이 있었으나, 그럴 경우 평균값을 산정하여 일반실과 특실만으로 비교했다. 옵션 중 특이한 것은 C 병원과 연계되어 있으면 10~100만원까지 할인되는 것이었다. 병원과 산후조리원이 연계된 것은 흔하지만, 이 자료에 명시된 병원은 그 병원 하나뿐이었다. 자료를 정리한 담당자는 이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까?
서울시 산후조리원의 2주 이용 요금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일반실의 가장 높은 요금은 강남구A 산후조리원으로 960만원이고, 가장 낮은 요금은 강동구A 산후조리원으로 150만원이며, 이 둘의 차이는 약 7배(810만원 차이)이다. 특실의 가장 높은 요금은 강남구B 산후조리원으로 2,500만원이고, 가장 낮은 요금은 강동구B 산후조리원으로 170만원이며, 이 둘의 차이는 약 15배(2,330만원 차이)이다. 이것으로 보아, 강남구의 일반실 요금이 강동구의 특실 요금보다 약 6배(790만원)가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지역별로 평균을 내어 살펴보면, 일반실 이용 요금은 강남구, 종로구, 서초구가 400~500만원대였고, 은평구, 성북구, 영등포구가 230만원대였다. 즉, 가장 높은 강남구는 가장 낮은 은평구보다 2배 정도(약 300만원 차이) 더 비쌌다.
특실 이용 요금은 일반실보다 차이가 더 컸다. 강남구(1,000만원대), 광진구, 종로구, 서초구는 500만원 이상이었으며, 양천구, 은평구, 성동구, 성북구, 강동구는 300만원 이하였다. 즉, 가장 높은 강남구는 가장 낮은 양천구보다 4배(약 750만원 차이) 정도 더 비쌌다.
몸이 무거운 상태로 돌아다니는 것도, 이것저것 비교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신중하게 고르려고 노력한 것이 산후조리원이었다. 열 달간 수고한 나와 아가에게 휴식이 될 수 있는 곳으로 잘 선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