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터 출산까지 (2017.04.13. 작성)
'임신해서 힘든 점과 좋은 점'에서 언급했듯이 임신하고 나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게 되기 때문에 나의 몸 상태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된다. 나는 임신 테스트를 하고 난 뒤에 보건소에 가서 산전 검사를 받고 엽산과 임산부 배지 등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출산할 때까지 다닐 병원을 알아봤다. 지인들에게 여러 병원을 추천받았는데, 내진할 때 여러 사람이 들어오기도 한다는 대학 병원보다, 집에서 가기 편한 산부인과 전문 병원을 선택했다.
임신 테스트기로 확인한 후에도 임신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산전검사를 받고 확답을 듣고 나니 어렴풋이 임신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속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덕분에 아가가 생기자마자 모성애가 뿅 하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산전검사는 풍진 검사와 B형 간염 검사가 주를 이룬다. 임신할 수 있는 상황에 풍진과 B형 간염의 항체가 없다면 예방 접종을 해야 하므로 결혼 전에 검사를 받긴 했다. 하지만 검토하는 의미인지 임신한 후에 재검사를 받았다. 임신 중에 풍진에 걸리면 기형이나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하고, B형 간염은 풍진처럼 기형이나 장애가 생길 위험은 없지만, 아가가 성인이 된 후에 간 관련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이 두 가지의 항체 유무는 꼭 확인해봐야 한다.
풍진 하면 할리우드 배우 진 티어리(Gene Tierney)가 떠오른다. 그녀는 임신했을 때 풍진에 걸려 장애를 가진 딸을 낳았다. 딸을 너무 사랑했지만, 그로 인한 우울증에 걸려 남편과도 이혼하고 그 이후에 연기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임신한 상태로 군인 위문 공연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풍진에 걸려 격리되어 있던 한 팬이 보호소에서 탈출해 그녀를 만나 키스를 해서 풍진에 옮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이기심 때문에 인생이 흔들려 버린 안타까운 배우. 그래서 난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면서, 무턱대고 해맑은 사람이 너무 싫다.
산전검사를 받은 후에는, 구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듣는다. 구마다 혜택이 다르니(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확인해봐야 한다. 단, 대부분의 혜택은 가구 소득으로 나누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 많다. 이런 사회 시스템이 외벌이를 종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산전검사 결과지는 검사 후 1~2주일 경과 후에, '공공보건포털'에서 다운로드하여 출력해서 병원에 정기 검진을 갈 때 가지고 가면 된다. 병원에 따라 추가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반려동물에게 감염될 수 있는 기생충 유무를 확인하는 톡소플라스마 검사를 하고,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은 지 오래됐다면 그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
(참고자료 : 보건소 안내 책자)
정부에서는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정책으로 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임신 1회당 50만원이 지원(다태아, 혹은 진료가 어려운 지역에 거주할 경우에는 추가 지원)되며 '국민행복카드'를 만들어 병원 등에서 사용하면 된다. 이때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나 약값도 있으니 확인하면서 써야 하는데, 사용 내역과 잔액이 문자로 와서 확인하기 편했다. 지원받은 금액은 카드 수령 후 분만 예정일 다음 날부터 60일까지 사용해야 하며 사용 기간 내 사용하지 않은 것은 소멸한다.
그런데 지금 쓰고 있는 금액으로 봐서는 사용 기간 내 금액이 남기는커녕, 출산까지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원받을 수 있어서 감사한 한편, 사업 명칭은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에서 '임신 진료비 지원'이라고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병원에 다니는 임산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보다 많은 검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내가 다니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필요한 말만 하는 분이라,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느낌이다. 출산까지 한 병원에 다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잘 따져서 검진 초기에 병원을 확정했다.
임신 중에 받아야 하는 검사가 많다. 처음에는 주변 오지라퍼들이 고령 산모라고 하도 겁을 많이 줘서(병원에서는 오히려 그런 말을 듣지 않았다.) 모두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정기검진을 받으면서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검사만 선택했고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무료 검사도 활용했다. 아무튼, 검사받을 때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안하고 긴장되는 그 느낌이 너무 싫었다.
정기검진은 의사 선생님이 오라고 할 때 가면 된다. 임신 초기에는 1~2주 간격으로, 안정기(4~7개월)로 접어들면 3~4주 간격으로, 8~9개월에는 2주 간격으로, 그 이후에는 1주 간격으로 진료를 받는다. 단, 정기검진 날이 아니어도 몸에 이상(피가 비치는 등)이 있으면 병원에 가야 한다. 나는 정기검진 때만 가도 괜찮아서 다행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임신 초기에 했던 질 초음파는 할 때마다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앱으로 초음파 사진과 영상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신기해서 괜찮았다.
초기 기형아 검사 중의 하나다. 정밀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목덜미(투명대, 목 뒷부분의 조직)와 피부 조직 사이의 공간을 측정하여 염색체 및 심장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 공간이 3mm 이상으로 두꺼울 경우 염색체 검사를 권유받을 수 있다.
나는 이때 산전 추가 검사도 함께 받았는데, 검사 결과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주사를 맞지 않았다. 그리고 비타민 D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와서 종합비타민 외에 비타민 D도 사서 섭취하기 시작했다.
중기 기형아 검사 중의 하나다.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신경관 결손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검사로, 초기와 중기에 1, 2차로 나눠서 하는 인티그레이티드 검사(Integrated test)도 있다. 전자는 혈액으로만 검사하는 것이고 후자는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 결과를 합쳐서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이다.
나는 보건소에서 철분제를 받으면서 쿼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신경관 결손 고위험군(2.706 MoM, 정상 2.5 MoM)으로 나왔다. 별생각 없었는데 막상 그런 결과를 받으니 너무 무섭고 마음이 무거웠다. 괜히 나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서 아가한테 미안해서 많이 속상했다. 임신 과정에서 뭔가 잘못되면 다 엄마 탓인 것처럼 죄책감이 든다.
병원의 권유로 쿼드 검사를 다시 해봤는데 보건소 결과와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두려운 마음에 양수 검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정상 수치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고, 중기 기형아 검사 중의 하나인 2차 정밀초음파에서는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양수검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태아 가까이에 주사기를 꽂아 양수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 더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다고 해서 모두 기형아라는 것도, 음성으로 나왔다고 해서 모두 기형아가 아니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결과에 따라 아가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많은 고민 끝에 그렇게 결정했다.
일반 초음파는 태아의 크기나 위치, 심장박동 등을 살펴보는 것에 반해, 2차 정밀초음파는 태아의 장기가 거의 형성되는 시기에 이뤄지기 때문에 뇌, 심장, 혈관 연결 등의 이상과 선천적 기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초음파를 보면서 아가의 손가락 발가락을 하나씩 셀 때, 굉장히 떨렸다.
약 한 병을 먹고 검사를 받는다. 검사 전 2~3개월 사이의 혈당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초콜릿을 먹고 싶은 걸 참느라 혼났다. 임신성 당뇨에 걸리면 태아가 너무 커질 수도 있고 빈혈이 심해질 수도 있으며, 추후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검사 후에도 당 조절을 잘 해야 한다고 한다.
출산이 가까워지면서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막달 검사와 태동 검사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분만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매주 확인을 해야 한다. 태동이 약한 편이라 걱정이 됐다. 발로 쾅쾅 찬다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가끔 손으로 노크하는 수준이다.
(참고자료 : 산부인과 안내 책자)
태아보험은 그렇게 빨리 가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임신 중에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가입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 단, 아들을 기준으로 보험금이 산정되지만, 딸을 출산할 경우에는 이전에 냈던 금액 중 차액을 환급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