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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Apr 27. 2021

40대 첫 건강검진

나는 작년에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 검진대상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받기 어려웠는데 올해 6월까지 연장해준대서 지난 2월에 예약하고 오늘 오전에 검진받았다. 40대에 하는 첫 검진이니 규모가 있는 병원에서.


일반 검사만 예약할까 하다가 위 내시경을 추가했다. 대장 내시경 생각도 했지만, 위아래로 너무 힘들 거 같아서 일단 10여 년 전에 해봤던 위 내시경만 하기로 했다.


전날 저녁부터 금식(물 포함)이라 배고파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다. 초행길이라 택시 타고 왔는데 너무 일찍 도착.  그래도 예약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찍 도착한 만큼 빨리 시작해서 좋았다.



검진 전


문진표 작성

작성하는 서류가 왜 이렇게 많은지. 서류가 많은 건 그렇다 쳐도 서류마다 같은 내용(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을 반복 작성하는 게 좀 귀찮았다.  예닐곱 번 쓴 듯. 먹지가 그리워질 줄이야.



검진


청력검사

조그만 부스에 들어가서 헤드폰을 낀 채, 소리가 나면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다. 뭔가 어설퍼.


시력검사

눈이 워낙 나빠서 2000년대 중반에 라섹했는데 다시 나빠지고 있다. 게다가 라섹 영향인지 눈이 확 아플 때가 있다. 조만간 안과에 가봐야겠다. 뜬금없이 없는 돈에 라섹했던 게 생각난다. 병원에서 휴가 내는 게 좋다고 하길래 명절과 이어서 휴가 내고 병원에 혼자 갔다가 혼자 오느라고 죽는 줄. 휴가 내내 누워서 울기만 했던 기억.


X-ray 검사

검사복으로 편하게 갈아입으려고 원피스를 입고 왔는데 검사복이 긴 상의 하나라 좀 민망했다. 본의 아니게 하의실종.


소변검사

물도 안 먹어서 안 나올지 알았는데 신기한 인체.


피검사

피가 묽어서 헌혈도 못하고 한번 출혈이 생기면 잘 멈추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피검사할 때마다 한동안 띵하다. 출산이 무서웠던 이유 중 하나.


키 몸무게 측정

나이 들어 키가 줄어들었을지 알았는데 다행히 키는 그대로였다. 몸무게는 음... 아무튼, 측정기가 기우뚱하고 좀 불안했는데, 유료 검진실로 왔더니 측정 기구가 튼튼하고 좋아 보였다. 기분 탓이겠지.


진료실

공단 기본 검사를 마치고 진료실 의사와 상담. 항상 느끼지만 편하게 일한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당연한 말만 듣게 되는 공간. 물론, 그 자리에 앉기까지 많이 공부했겠지만.


유방암 검사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아팠다. 주섬주섬 옷을 입으려 했더니, 검사하시는 분(명칭을 잘 모르겠다.)이 "아직 안 끝났어요."라고 하셔서 움찔했다.


심전도/동맥경직도 검사

심장 상태가 좋다고 해서 기분 좋았다. 다만, 검진하시는 분의 옷이 유난히 불편해 보였다. 허리 들어간 윗옷에 무릎 위까지 오는 치마인 투피스 유니폼인데 편한 옷으로 바뀌면 좋겠다. 상담만 하는 거면 모르겠지만, 검사도 하니까.


위 내시경(위암 검사)

수면으로 예약해서 장착할 것이 가장 많았다. 먼저 손등에 주삿바늘을 꽂고 안내받은 침대에 옆으로 눕는다. 머리맡에 뭘 깔고 입에 뭘 끼우면서 손등 핏줄로 약을 넣는데 꽤 아팠다. '왜 이렇게 마취가 안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침대 커튼을 열며 간호사가 "끝나셨어요."라고 말해서 너무 놀랐고 웃음이 나왔다. 기술 진짜 좋구나. 나 같은 겁쟁이에겐 수면 필수.


자궁경부암 검사

검사대에 올라 기다리는데 남자 의사라 놀랐다. (그래서 준비 다하고 커튼으로 가린 채 검사하는 듯) 여자 의사와 간호사가 많길래 여성검진 쪽은 모두 여자가 하는 줄 알았다. 임신-출산 담당 의사가 남자였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어졌는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검진받으니 당황스러웠나 보다. 놀란 나한테 내가 더 놀랐다.



검진 후


병원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아무리 배 고파도 속이 편해야 할 것 같아서 미역국 정식 선택. 역시 밥은 잘 안 들어가더라. 그래도 다 먹었다.


병원에 와서 느낀 건, 의사와 간호사가 참 젊다는 것. 내 나이 듦이 확 와 닿았다. 그리고 병원 사람들에게 하대하거나 억지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다시 다짐한다. '고상하게 나이 들어 고상한 할머니 되어야지.'라는 다짐.


수고했다. 건강하자.

나를 위해, 딸을 위해, 우릴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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