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상자 Aug 13. 2023

5년 넘게 짝사랑해 온, 브런치에 대한 단상

브런치를 알게 된 건 2017년이었다. 아이가 내게 와줘서 너무 감사하면서도, 지옥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높은 곳을 오가며 너무 힘들었던 그때였다. 당시 집도 직장도 높은 곳에 있었다. 헉헉.


임신을 알게 된 후, 온전히 내 치유와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한 플랫폼에 비공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다. 나눌 사람들이 있으면 좀 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 쓰는 플랫폼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이곳저곳 많이 알아보고 선택한 곳이 바로 브런치였다. ‘작가 신청’이라는 제도가 묘한 긴장감을 가지게 한 것도 좋았고, 신청해도 떨어지는 사람도 많다는데 운 좋게 한 번에 통과해서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그동안 써왔던 글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2018년 3월 19일, 2016년 9월 10일에 작성했던 글을 올린 게 처음이었다.


인생 계획 7가지에 없었던 결혼​



어느덧 2023년이 되었고, 뱃속에 있던 아이는 내년에 초등학생이 될 예정이며(시간 참…), 나는 직장인이 아닌 전문 강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브런치에는 나의 생각을 정리한 글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본업이 있어 정기적으로 쓰진 못했지만, 구독해 주신 분들이 300분이나 있다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일부 매체의 기고 의뢰나 출판 의뢰를 받게 된 것도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내게는 특별한 글이 몇 가지 있다.



남편의 남동생이 결혼하면, 서방님?​

작성일: 2018. 9. 18.


이 글은 명절이 왔다는 걸 알려 준다. 조회수가 어느 기준을 넘으면 브런치에서 알림이 오는데, 명절이 다가올 때 그 알림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나는 남편의 사촌 동생들을 ㅇㅇ씨라고 부르며 말을 놓친 않는다. 가끔 보는 사이니 단순한 호칭이라고 여기고 ‘아가씨, 도련님’이라고 부를까도 생각했지만, 단어가 가진 힘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 (예: 미망인 등)


그런데 언니의 남편인 형부는 나를 처제라고 부르며 말을 놓는다. 형부가 나를 편하게 대해줘서 좋지만, 나는 남편의 사촌 동생들을 편하게 대하기 어렵다. 지금도 “’아가씨, 도련님‘이라고 불러야지‘라는 어른들이 있기 때문에 거리감이 있다.


아이러니한 건, 나와 형부의 나이 차이보다, 나와 남편 사촌 동생들의 나이 차이가 훨~~~~씬 크다는 거다.



아빠가 보고 싶을 때

​작성일: 2018. 9. 23.


이 글은 너무나 큰 의미가 있는 글이다. 아직도 가끔씩 댓글 알람이 온다. 꽤 긴 댓글이라 꼼꼼하게 공감하며 읽게 된다. 댓글 보고 울다가 대댓글 쓰는 걸 놓쳐서 뒤늦게 쓴 적도 많다. 댓글 알림 덕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아빠를 추억하고, 아이에게 괜찮은 부모가 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댓글에 따르면, ‘아빠가 보고 싶을 때’라는 키워드를 쳤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글이 이 글이라고 한다.

브런치의 태그는 정해져 있으니 일부 단어만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많은 분들이 그 경로를 통해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브런치에 글을 쓰고 올리기 시작한 건 내 치유 목적이었다. 그런데 내 글이 누군가에게 치유가 된다는 건 정말이지 감사하고 소중한 일이다.





얼마 전에 브런치에 이런 공지글이 올라왔다. 내가 생각하는 브런치와 브런치 운영팀이 생각하는 브런치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댓글에는 작가들이 애정 어린 댓글이 많다. 모두 읽어 봤고 공감되는 내용도 많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브런치가 정한 일부 작가만 응원할 수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개념인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나는 다른 부캐로 티스토리도 운영하고 있다. 그곳엔 업과 관련된 실무 내용의 글을 올린다. 별다른 방법 없이 애드센스 심사도 한 번에 통과했고 어느 정도 수익도 나고 있지만,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지인만 알고 있는 소중한 공간인 브런치를, 나는 떠나지 못할 것 같다. 자꾸 떠나라고 하는데 눈치 없는 내가 버티고 있는 걸까?


뭔가 안타깝고 씁쓸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 시간 강사 3년 계약 종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