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나의 편, 매튜 아저씨

매튜 아저씨,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세요?

입양이 결정되었다는 기쁨보다, 아저씨를 만났을 때의 기쁨이 더 컸어요.

아저씨를 보자마자, 내 편이 생긴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재잘거렸나 봐요.

역시, 제 느낌은 잘못되지 않았어요. 아저씨는 언제나 제 편을 들어주셨으니까요.

아저씨는 제게, 정말 고맙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마릴라 아주머니가 저를 보시면서 남자아이가 아니라며 받아줄 수 없다고 하셨을 때 펑펑 울었죠.

고아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보다, 아저씨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더 슬펐어요.

아저씨와 함께 초록 지붕집으로 오면서 나눈 이야기가 한 가득이었으니까요.

아주머니께서 저를 다시 데려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 날이 기억에 남아서 일까요?

저는 항상 '내가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원했던 남자아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남자아이였다면 큰 힘이 돼서 조금 더 편안하게 해 드릴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저씨께서 남자아이 10명보다 저 하나가 좋다고 말씀해주셔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에이브릴 장학금을 받은 건, 남자아이가 아니라 여자아이야.

내 딸이란다. 앤은 자랑스러운 내 딸이야."

매튜 아저씨, 제게 퍼프소매 드레스를 선물해주신 걸 기억하세요?

친구들 다 입는 퍼프소매 드레스. 크리스마스 공연을 앞두고 정말 입고 싶었어요.

마릴라 아주머니가 절대 안 된다고 하셔서 슬펐는데, 아저씨가 선물해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나중에 린드 아주머니한테 들었어요. 아저씨가 그 드레스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요.

엉뚱한 것만 사 오셔서 마릴라 아주머니한테 잔소리 들으셨던 날,

그날 제 드레스 옷감을 사려고 가셨다가 새로 온 점원과 말하기 어려워서

옷감은 못 사고 다른 것만 잔뜩 사 오신 거라면서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저씨가 섬세하게 퍼프소매를 묘사하셔서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를 위해 그렇게 노력해주셨다니, 정말 행복했어요.

아저씨의 사랑이 담긴 드레스를 입고 크리스마스 공연을 하게 돼서 정말 기뻤어요.

게다가 아저씨가 공연을 보러 오셨다니요. 당연히 못 오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걸 불편해하시는 아저씨한테 부담 드릴 것 같아서

오시라고 부탁도 안했는데, 객석에 계신 아저씨를 보게 될 줄이야.

제가 얼마나 힘나고 감동했는지 아세요? 제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였어요.

매튜 아저씨, 자선행사 때 시 낭독했던 날을 기억하세요?

퀸즈 입학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후, 병원 후원 자선행사에서 시 낭독을 하게 됐죠.

그때 무척 떨렸어요. 마릴라 아주머니와 다이애나의 도움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아저씨의 선물, 진주 목걸이.

제겐 목걸이보다 아저씨의 말씀이 더 큰 선물이었어요. 제가 자랑스럽다는 그 말씀이요.

행사가 끝난 다음, 스펜서 부인이 오셨죠. 저를 입양하길 원하는 부자가 계시다고요.

제가 갈 리가 없잖아요. 저는 언제나 초록 지붕집의 작은 앤인 걸요.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제게 감사해하셨지만, 제가 훨씬 더 두 분께 감사해요.

매튜 아저씨, 기억할게요!

아저씨가 초록 지붕집에 계시지 않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매튜 아저씨, 그곳의 지붕색은 무슨 색인가요? 혹시 제가 그리워 초록색으로 칠하셨나요?

마릴라 아주머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길버트가 교사를 그만두고 화이트 샌드로 가기로 해서

저는 레드몬드 대학을 포기하고 애븐리에서 교사가 되기로 했거든요.

많이 약해진 아주머니와 아저씨와의 추억이 가득한 초록 지붕집, 모두 제가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언젠가 아저씨와 만날 그날을 기다리면서 열심히 살아갈 거예요.

대학 학사과정도 독학으로 마칠 거고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가치를 찾아 나아갈게요.

저를 항상 자랑스러워하셨던 매튜 아저씨, 아니, 아빠.

많이 보고 싶고 그리워요.

아저씨도 저를 꼭 기억해주세요!

그날이 오면, 아빠 옆에서 한참 재잘거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