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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Jan 09. 2019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일들, 복잡한 머릿속

그동안 정리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머릿속도 복잡하고, 아가 재우다 잠들어버리기 일쑤라 글을 못썼다. 임신 기간과 육아 휴직 기간 모두 힘들었지만, 맞벌이로 직장에 다니면서 영아를 돌보는 지금이 제일 힘들다. 게다가 아가는 왜 이리 자주 갑자기 확 아픈지,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둘째 낳으라는 소리는 너무 무책임하다. 



서울을 떠나, 경기로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은 어느 날, 은행 직원의 권유로 그냥 들어두었던 청약통장 하나. 아빠 사업이 괜찮았던 어린 시절에는 단독주택에서 살았고, 아빠 사업이 망한 후에는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에 살았다. 자취하고 나서는 반지하부터 옥탑방까지 원룸(창문 없는 고시원에서도 살아봤다)에서 살았기 때문에 아파트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적금 하나 있다고 여기며 지냈는데 아가가 생기고 나니 2년마다 이사 걱정하기가 더 싫어졌다. 그나마 자취할 때는 귀찮긴 했어도 직장 근처로 얻기만 했으면 됐지만, 결혼하고 나니 신경 쓸 일이 훨씬 늘었기 때문이다. 내 짐에 남편 짐, 아가 짐까지. 그래서 청약 공고가 보이는 대로 여기저기 넣어보기 시작했다. 그저 한 곳에 오래 살고 싶어서.


청약 1순위면 뭐하나, 60회 이상 납부하면 뭐하나, 신혼부부면 뭐하나, 서울이나 서울 근교 아파트는 외벌이에 아이 2명은 있어야 꿈이라도 꿀 수 있더라. 속 떨어지던 중에 "여긴 어디?"라고 생각하며 넣은 한 곳에 예비로 덜컥 당첨됐다. 순위가 갑자기 팍팍 오르더니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서 계약할 생각 있냐며 연락왔다. 계획을 전혀 세울 수 없게 너무나 급히.


지금 사는 동네도 좋고 새로 생긴 인연도 많아서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활동량이 많은 우리 아가한테는 지금 집보다 훨씬 좋을 것 같아서 그냥 가기로 했다. 아마 혼자였다면 바로 포기했을 거다. 작은 교육연구소에 다녔던 1년을 제외하고는 서울에서만 살아서인지 막상 떠나려니 마음이 참 싱숭생숭하다.


연말 연초에 올인하려던 계획이 있었는데 그것도 이사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가족이 생기니, 나의 일은 우선순위에서 매번 밀린다.



| 느긋한 담당자, 속 타는 당사자


생각할 시간도 준비할 시간도 너무 촉박하게 준  LH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10월 말에 계약할 생각 있냐는 전화가 갑자기 오더니, 11월 초에 계약 관련 서류를 보내왔다. 11월 중순에 계약을 하고 1월 중순까지 입주해야 한다고 했다. 뭐하나 물어보려 해도 계속 통화 중. 깊은 빡침.


평일에만 가능한 일정인 것도 힘든데 그 일정도 나눠 놓아서, 나와 남편은 연말에 얼마 남지 않은 연차를 긁어모아야 했다. 아가에게 갑자기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의 연차는 항상 부족하다. 겨우 일정 조정해서 동호수 추첨 날은 남편이, 계약 날은 내가 가기로 했다. 남편은 동호수 추첨 후, 집을 둘러보고 하자 여부를 체크했고, 나는 계약을 위해 준비할 서류를 체크한 후 아침 일찍 은행으로 갔다.


▲ 준비 서류. 너무 짧은 입주 기간도 그렇지만, 서명으로도 되던데 왜 도장을 필수라고 써놓았는지 모르겠다. 남편과 내 도장 찾느라 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고상(고양이상자)


은행에 도착하자마자 계약금에 보태기 위해 청약통장을 해약했다. 뭔가 시원섭섭했다. 그 후 LH에서 은행 발급 서류라고 한 <과거당첨사실조회내역서>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서류가 없다는 은행 직원. 아파트 포유에서 출력할 수 있다고 한다. 미리 알았으면 출력해놨지. 공문에 그런 안내는 없었으며 (겨우 통화됐을 때) LH 담당자가 은행에서 발급 가능하다고 해서 은행으로 간 것인데 말이다.


LH 담당자는 통화가 되지 않고 은행에서는 본사까지 연락해서 상황을 파악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허비했다. LH 담당자와 겨우 통화돼서 다시 물어보니 다른 사람들은 다 은행에서 떼 온다는 답변. 대체 서류를 발급받아 출발.


계약 장소는 경기. 일 처리하고 사무실로 다시 들어와야 했기 때문에 점심도 안 먹고 서둘렀다. 하지만 도착하니 LH 사무실은 점심시간. 공문에는 계약 가능 시간만 10~17시로 적혀 있었다. 요즘 점심시간이 12~13시가 아닌 곳이 꽤 있길래 은행처럼 번갈아 점심 먹는 줄 알았다. 나의 착각이었다. 점심시간 물어보지 않은 내 탓이오.


▲ 은행에서 허비한 시간도 모자라, 이 이미지를 멍하게 쳐다보면서 또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고상(고양이상자)


허비한 시간에 비해 계약 시간은 짧았다. 덕분에 직장 복귀는 늦어 버렸다. 공문이 좀 더 친절하고 세세했다면 시간을 허비하지도 피곤하지도 않았을 텐데 너무 아까운 하루였다. 아니, 아까워할 시간도 없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내놓은 집 보러 사람들이 계속 올 테니 집 상태도 신경 써야 하고, 이사일 정하기, 이삿짐 업체 알아보기, 도시가스나 에어컨 철수 예약하기, 대출(LH에서 준 것은 은행 전단지 한 장뿐)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는 어린이집이다.



| 부모에게 선택권이 없는 어린이집


동호수 추첨하러 간 남편에게 이사 갈 지역의  어린이집 목록 주고 둘러보고 오라고 했다. 왜인지 원장이 다들 자리를 비워 만날 수 없었다는데 나중에 개별적으로 전화해보니, 모든 어린이집에서 같은 말을 했다. 지금은 정원이 차서 들어올 수 없고 3월에 "대기"할 수 있다고 하는 거다. 정보공시 정보가 잘못 올라와 있는 것은 다반사. 정원이 차지 않은 곳을 물어봐도 유아 자리가 있는 것이지 영아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답변만 받았다. 게다가 형제자매만 받는다는 곳도 있었다. 아이가 없을 때 "아이를 낳을만하다", 아이가 하나일 때 "아이를 키울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저출생 극복이 조금이라도 될 텐데, 이건 뭐.


이사 갈 집의 주변 어린이집을 검색한 후, 일일이 신청과 취소를 반복하면서(신청하기 전에는 실제 대기 인원을 알아볼 수 없는 거지 같은 시스템) 대기 인원을 체크하길 여러 번. 가장 대기 인원이 적은 두 곳에 신청해놨다. 그조차 바로 들어갈 수 있을지, 새 학기에 확실히 들어갈 수 있을 지도 불확실하다. 시간에 쫓기니 그 어린이집이 어떤지 알아볼 수도 없다. 그저 대기 인원만이 선택의 기준일 뿐이다. 아가를 낳고 기르면서 나는 계속 사회적 약자가 되고 있다.


영아가 있는 가정은 어린이집 문제가 해결된 후에 입주할 수 있도록 LH에서 배려해주면 얼마나 좋아. 영아는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하니, 입주일을 학기 시작 이후로 연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육아를 하면서 실생활과 동떨어진 정책 때문에 힘들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아 지친다. 이래서 아가가 어릴 때 엄마들이 일을 그만두게 되는구나. 이래서 경력단절이 되는구나. 깊은 한숨.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한다. 일을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고민. 공무원이 아닌 엄마들은 대부분 이런 고민을 할 거다. 모성애 부담③ 워킹맘vs전업맘, 어린이집 글에 삽입했던 대통령과 다둥이 부모 공무원과의 만남 영상이 너무나 씁쓸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물론, 주5일제처럼 공무원에서 시작해서 국민에게 확대될 것이라 기대하는 마음도 있지만, 지금 당장 힘드니 마음이 참 그렇다. 아가에게도 미안하고.


▲ 내가 겪었던 상황과 너무 비슷해서 마음 아팠던 장면. 등록금과 생활비 걱정없이 공무원 준비하는 선후배 동기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SBS 미운 우리 새끼


그렇다면 0세 반을 더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0세 반은 교사대 아가 비율이 1:3이니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늘리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적응기간이 필요한 영아들은 꺼려지겠지. 전반적으로 교사대 아동 비율이 줄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영아반 생성의 부담도 줄지 않을까.


이 와중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2019년 10월부터 출산장려금으로 신생아 1인당 250만원을 준다는 예산안을 확정(그마저도 무산된 건 안 비밀)했었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도 챙기지 못하면서 이런 정책을 만들다니 헛웃음이 나온다. (계속 반복하는 이야기라는 것도 안 비밀) 저출생을 해결하려면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아가를 낳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지, 250만원 줄 테니 아가 낳으라는 게 뭔 X소리냐. 지금 임신한 사람은 됐고, 지금부터 열심히 아가 만들어서 250만원 받으라는 거야 뭐야. 그런 쓸데없는 정책 만드는 높으신 전문가님들에게 심한 욕을 막 쏟아붓고 싶다. 으아아아아악!!!



| 모두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여러 일로 머릿속이 너무 복잡한데 아가는 또 중이염이다. 약도 밥도 잘 먹고 잘 놀아줘서 정말 고맙고 다행이지만, 콧물 때문에 불편한지 새벽마다 뒤척거리고 운다. 깨면 달래느라 나도 잠을 설쳐서 피곤하니 내 몸 상태도 엉망진창이다. 감기도 중이염도 이제 좀 떨어지면 좋겠다.


주말에 아가 진료받으러 갔었는데 간호사 선생님의 "엄마가 더 아파 보여요." 말씀. 아가가 아플 때는 아가 돌보느라 내 몸 아픈 줄 모르고, 아가가 호전되고 나면 아픔이 몰아서 온다. 그마저도 어서 털고 일어나야 한다. 엄마는 정말 극한 직업이다. 건강이 최고. 모두 건강하자. 제발.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아, 울고 싶다) 힘들어도 지쳐도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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