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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Jan 12. 2019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좋은 일만 가득하길

이런저런 일을 처리해가면서 드디어 이사를 했다. 남편도 나도,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평일에 짬짬이 정리해도 정리 속도가 더디다. 연초부터 직장도 바쁘게 돌아가서 더 정신이 없다. 그래도 힘을 합쳐서 견뎌야 할 시기다.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에 추억이라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겠지. 이삿짐 정리하면서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 들어서 소소한 재미가 있기도 했다. "이게 여기 있었구나."라면서.


계속 생각하지만, 아가가 없었다면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거다. 아가에게 조금 더 쾌적한 곳을 제공해주고 싶어서 여러 불편을 감수하기로 하고 결정한 것이니까. 엄마긴 엄마인가 보다. 아무튼, 앞으로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 일만 생겼으면 좋겠다.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여러 가지 철수 및 설치 신청


이사할 때면 인터넷, 전기, 도시가스 등의 철수와 설치 신청을 해야 한다. 정말 귀찮은 일이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니 일정이 어긋나지 않도록 미리 신청해놓는 것이 좋다.


인터넷 이전 신청을 하려고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상담원이 연계 상품 할인 안내를 했다. 현 상품으로 이전 설치를 하면, 이전 설치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TV가 포함된 연계 상품을 같이 가입하면 현재 요금으로 이용 가능하며, 이전 설치비도 무료라고 했다. 어차피 돈 들어가는 것은 아니니 그렇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TV가 없고 앞으로도 놓을 생각이 없는데, 괜히 요금에 가입해 놓으면 TV를 사고 싶어 질 것 같아서, 이전 신청비를 내고 기존 상품을 그대로 이전하기로 했다. 상담원은 설치 관련 물품만 받아놓고 TV를 안 보면 된다고 했지만(열심히 설명한 상담원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소신을 지킬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결정했다. 견물생심.


이사 후에 TV 수신료 제외 신청을 했다. 예전에는 한전에 직접 신청하면 됐는데, 아파트로 들어오니 관리실에서 TV가 없다는 확인을 하러 왔고, 그 후에 신청서를 작성했다. 주택과 아파트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고 있다. 단, 한전에서 제공하는 전기요금 할인제도(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3자녀 이상 및 대가족 가구, 출산 가구 등)는 한전 고객센터(국번없이 123, 휴대전화 : 지역번호+123)나 관할 지사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


도시가스는 지역별로 회사가 다른 경우가 있다. 이사하면 전기 인덕션을 구입할까 했었는데, 이미 가스레인지가 설치되어 있어서 그것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이전에 쓰던 가스레인지는 놓고 갈까 했는데 이사 오는 가족도 가스레인지가 있다고 해서 가져왔다. 중고로 팔아야겠다.



| 이사로 인해, 다시 시작된 대출 인생


LH에는 전환보증금 제도가 있다. 잔금을 치른 후 어느 정도의 금액을 더 내면, 월 임대료가 감액되는 것이다. 다행히 은행에서 금리가 낮은 신혼부부 대상 대출을 받았다. 돈은 없어도 신용은 좋은 덕에 금리 할인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웃프다.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던 날, 자축하면서 내 인생에 대출은 없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으나, 결혼과 출산은 내게 다시 대출을 안겨줬다. 결혼, 임신, 출산하지 않는다고 청년층을 탓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자생하기는 너무 힘든 사회이기 때문이다.


▲ 통장을 스쳐 지나간, 내 돈인 듯 내 돈이 아닌 돈. 대출 인생이 다시 시작되었다. ⓒ고상(고양이상자)


이사 당일,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일을 너무 잘해주셔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자잘한 짐이 많고 예전 집에 사다리차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인력이 더 추가되어 이사 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깔끔한 일처리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전 이삿짐센터는 이사 날에도 별로였지만 화장실 솔이 주방 짐에 들어가 있는 등 짐이 섞여 있어서 어이없는 상황이 반복됐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어서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


이사를 마친 후에 LH로 입금할 것을 완료한 후 확인 전화를 했다. 역시 통화는 어려웠다. 겨우 연결된 통화에서 입금 확인을 하고 나니, 수정 계약서를 쓰러 다시 사무실에 와야 된다고 했다. 아, 여긴 미리 공지해주는 게 없다. 어차피 연차 쓴 이삿날에 전입 신고까지 깔끔하게 완료하려던 내 계획은 LH 덕분에 또 망했다. 초기 계약은 그렇다 치고, 수정 계약은 공인인증으로 하면 안 되는 건가. 맞벌이 부부에게 연차가 얼마나 소중한데. 이사 날에 다녀오려 했으나 그러면 내 몸이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 이사 후에 반차를 써서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LH 미워할 거야.



| 온라인으로 가능한, 전입 신고와 확정일자


자취 기간이 오래돼서 그렇게 이사를 많이 해봤어도 서울 내에서만 돌아다녔기 때문에 전입신고를 크게 신경 쓴 적이 없다. 이삿날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 신고를 한 다음에, 가지고 간 계약서에 확정일자만 받으면 되니까. 그런데 다른 지역에 있는 LH 사무실로 가서 수정 계약을 하고 다시 동네로 와서 전입신고(이사한 곳의 주민센터에서만 가능)를 한 후 출근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니 검색을 해봤다. 그래서 전입 신고는 인터넷으로도 가능하고, 신고 후에 가까운 등기소에서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사 후에 주말을 보낸 후, 오전 반차를 내고 아침부터 급히 움직였다. 먼저 수정 계약을 하러 LH 사무실에 갔다. 담당 직원이 친절하고 업무 스타일도 깔끔해서 그동안 상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렸다. 이사라는 큰일이 마무리되어가는 중이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 직원의 역할이 컸다.


직장으로 복귀해서 점심시간에 온라인으로 전입 신고를 했다. 다음 날 전입 신고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다음, 점심시간에 직장과 제일 가까운 등기소에 확정일자를 받으러 갔다. 등기소에는 온라인 확정일자 시스템이 안내되어 있었다. 2015년부터 가능했다는데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시행할 수 있게 안내하여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내 소중한 점심시간과 연차. 그 시간을 들인 만큼 행복한 일만 생기겠지.


▲ 이 안내문을 본 순간, 어찌나 허탈했던지. 그나저나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신청할 수 있나? 한 명이 아이 보고 다른 한 명이 신청해야 할 것 같은데. ⓒ고상(고양이상자)



| 역시 문제는, 어린이집


다른 고생이야 어른이 하면 되는 것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가와 관련된 어린이집이다. 부모에게 선택권은 없다. 그저 집 주변에 대기가 제일 적은 곳으로 신청해놓고 기다릴 뿐. 다행히 3월부터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은 결정됐다. 결정되기까지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1, 2월이 문제인데 아가가 크게 아프지만 않기만을 바란다. 집도 바뀌고 어린이집도 바뀌니, 아가가 가장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고 적응을 잘하는 편인 아가라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가를 믿고 우리 부부를 믿는다. 잘할 수 있을 거야.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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