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행 스타트업 대표와 프리미엄 패키지 이야기를 하다 이런 패키지에 오는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관해 들었다. 버스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내놓았다고, '어디 화장실에서나 쓰는 휴지를 나한테 주냐'며 한 고객이 직원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고 한다.
나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 맞는 말을 틀린 태도로 할 때. 여행의 순간에, 왕왕 벌어지는 상황이다. 일단 앞에서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다. 필요하다면 사과도 할 것이고. 하지만 이런 사람은 다음 여행에 절대로 안 데려올 것이다. 사람은 안 변하니까. 제 버릇 남 못주니까. 휴지를 티슈로 바꾼다면, 이 사람은 아마 다른 이유로 또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다음 여행에서 버스에 두루마리 휴지를 안 내놓는 것도 신경 쓰겠지만, '버스에 두루마리 휴지가 올라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 더 신경 쓸 것이다. 세상엔 두루마리 휴지가 올라올 수 있는 곳이 너무나 많으니까. 그것을 감당하면서 여행을 즐길지 미리 물을 것이다.
여행은 불편한 사치다. 우리가 여행에서 추구할 것은 편리함이 아니라 사치 쪽이다. 편리함은 일상의 가치다. 이런 불편함을 알리고 감당할 사람들과 함께 여행해야 한다. 여행에는 불편함이 지뢰처럼 산재해 있다. 산에 올라갈 때 높이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다르듯이 불편함을 감당할 때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여행의 적은 두루마리 휴지가 아니라, 맞는 말을 싸가지 없게 하는 사람 자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복한 시간을 좀먹기 때문이다. 여행의 순간에 균열을 낸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 두루마리 휴지는 아니다.
아버지를 고급 요양원에 모시고 있던 작가분이 이런 하소연을 했다. 웬만한 직장인 월급에 해당하는 비싼 비용을 내는 요양원인데, 화가 난다고.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자기만 알고 이기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죽어간다는 사실이 슬프다'라고. 부와 명예와 권력과 인기의 함정이 바로 이것이다.
좋은 사람을 모아 두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 속은 알 수 없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가 폐를 끼치는 모습을 몇 번 보고 사람 보는 눈에 대한 확신을 더 잃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좋게 행동하는 구조는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맞는 말을 싸가지 없게 하는 구조가 아니라. 맞는 말을 싸가지 없게 하면 손해 나는 게임을 만들면 된다.
행동은 말보다 진솔하다. 행동은 성격의 증명이다. 티슈를 한 통 조용히 사다 놓으며 ‘이걸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좋은 어른도 많다. '어른의 여행클럽/트래블러스랩'을 구축하기로 했을 때, 그런 각오였다. 서로의 여행을 존중하는 시간으로 채울 자신이 있어서 시작했다.
예전에는 내가 하는 말이 맞는 말인가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내 태도가 맞는 태도였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순간이 많았다. 그래도 이렇게 되새김질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