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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Jan 06. 2022

새로운 동해의 맛, 삼척에서 발견한 맛집들

7번 국도를 따라 동해 여행을 할 때 삼척에 꼭 들려 보시길

사진 : 박민석 제공


‘동해안 겨울 미식기행’ 테마로 2박3일 동안 맛보았던 10가지 해산물 :


1) 곰칫국, 지리 버전과 신김치 버전으로 둘 다 도모. (주문진 월성식당)

2) 장치찜, 쫀득한 식감을 잘 살린 집이었음. (주문진 월성식당)

3) 간장 소라장, 문어장, 게장, 전복장, 새우장 메들리. (삼척 일미담)

4) 도치 데친 걸 순두부에 넣어서, ‘도치 순두두부’ (삼척 번개시장 구입)

5) 참골뱅이 삶아서 화이트 와인과 함께. (삼척 번개시장 구입)

6) 가자미는 식해(번개시장), 가자미탕(죽변항 돌섬식당) 등 두루 만끽.

7) 앞으로 오징어볶음은 못먹게 만들어버린 문어두루치기. (죽변항 돌섬식당)

8 생미역과 함께 무쳐 먹은 청어회는 감칠맛 쵝오! (죽변항 후포식당에서 구입)

9) 생선찜의 여왕 가오리찜은 울릉도호박집 호박막걸리와 함께. (삼척 삼척해물)

10) 섭국만 먹으면 완성이었는데, 삼척 쪽에는 드물어서 꽃새우로 대신. 야매 생선모둠찜에 꽃새우 더해서.



@ 옛집 식당(곰치국) :

겨울 동해안의 별미는 무어니무어니해도 곰치국(물곰탕)이다. 곰치로 알려진 물메기에 대해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고깃살이 매우 연하고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라고 묘사했다. 동해안의 해장국으로는 칼칼할 곰치국만 한 게 없다.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뱃사람들이 배 타기 전 허기진 속을 채우던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이 되었다.  


속초 강릉 동해 삼척 등 동해안 도시들은 나름의 곰치국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 삼척식은 신김치를 넣어 끓이는 방식이다. 정라진항에서 자주 가는 곰치국 집은 옛집식당이다. 생선구이와 매운탕을 잘하는 동네 맛집인데 지인들을 데려가 보니 호불호가 갈렸다. 대체로 매운탕을 많이 먹는 전라도 출신들은 선호했고 지리를 많이 먹는 경상도 출신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옛집식당에서 시도해 볼 음식으로는 삼순이매운탕이 있다. 삼식이 삼숙이, 고장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 쏨뱅이 과 삼세기를 삼척에서는 삼순이라 부른다. 수도권에서는 비인기 생선이라 접할 일이 별로 없는데 아구나 곰치(물메기) 다음으로 나중에 유명해질 생선이다. 우럭처럼 육질이 찰져서 회로 먹어도, 매운탕으로 먹어도 좋다.  



@ 삼척해물(가오리찜) :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안마다 음식문화가 다르게 발전했다. 대체로 서해안은 매운탕이, 남해안은 숙성회가, 동해안은 생선찜이 발달했다. 삼척역시 생선찜이 발전했는데 추천할 집은 삼척해물이다. 매콤한 양념에 무친 해물찜과 아귀찜은 수도권과 별 차이가 없는데 갈치조림 비슷한 양념에 무친 가오리찜과 생선모둠찜이 이 집의 별미다. 밥이랑 같이 먹어도 밥도둑, 술 마실 때 안주로 먹으면 술도둑이다.


삼척해물은 가오리찜이 유명한 데 갈 때마다 ‘생선모둠찜’을 주문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다양한 생선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몇 번 그렇게 주문해 보았는데 결론은 ‘도로 가오리찜’이었다. 생선찜에는 가오리만 한 게 없다. 살집도 좋고 양념도 잘 어우러진다. 가오리찜은 강릉이나 속초 등 다른 동해안 도시에서도 인기다.  


‘생선모둠찜’을 먹고 싶다면 삼척의 울릉도호박집을 추천한다. 이 집에서는 주로 장치를 쓰는데 도루묵이나 가자미도 두루 들어가 있다. 양념도 닭강정 양념처럼 조금 달끈한 편이어서 아이들도 잘 먹는다. 이 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문해 마셨다는 호박막걸리가 유명하다. 시판되는 호박막걸리보다 조금 시큼한 편인데 그 맛이 이 집의 매력이다.  



@ 맛과 향이 있는 집(문어숙회) :

서해안이 낙지라면 동해안은 문어다. 동해안에 간다면 문어를 제대로 먹고 와야 한다. 야들야들한 문어숙회에 소주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집은 ‘맛과 향이 있는 집’이다. 내가 먹을 문어를 직접 고르면 이모님이 잘 빨아서 맵시 있게 데쳐주신다. 좋은 사람들과 큼지막한 문어를 함께 야금야금 먹어가는 것만 한 술꾼의 재미가 있을까.    


‘맛과 향이 있는 집’에서는 문어를 데쳐 내기 전에 굴을 듬뿍 넣은 겉절이 김치를 내준다. 이것 때문에 다시 찾는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맛이 좋고 비주얼이 강력하다. 문어라서 가격이 다소 있는 편이지만 동해안에 왔으니 ‘문어 플렉스’를 발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문어 플렉스’의 또 다른 방식은 오징어두루치기 대신 문어두루치기를 먹는 것이다. 남은 문어로 이모님께 부탁해 보시라.    


@ 바다칼국수(삼척해수욕장) :

동해안에서 즐길 수 있는 ‘해산물 플렉스’ 중 하나가 성게수제비다. 동해안에 와서 해산물만 먹다가 탄수화물을 보충하고 싶을 때, 하지만 동해안답게 먹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이 바다칼국수다. 여린 성게알이 무뚝뚝한 수제비랑 어울려 맑고 은은한 바다향을 내는데 점심 메뉴로 좋다.  


이외에 삼척에서 추천할만한 곳은 허영만 화백이 주인공인 <백반기행>에 나온 곳들이다. 위에 설명한 울릉도호박집(한국인의 식탁에도 나옴), 갈빗살 연탄구이와 청국장국수가 유명한 한우실비식당, 오징어볶음이 맛있는 선술집 길모퉁이, 구수한 감자 옹심이를 잘하는 부명칼국수 등이 삼척의 맛집으로 꼽힌다.  



@ 장호항 섭국 :

섭국은 곰치국과 함께 동해안을 대표하는 뱃사람들의 해장국이다. 남해에 복국, 서해에 젓국, 제주에 몸국이 있다면 동해에는 섭국이 있다. 섭은 자연산 홍합을 이르는 말로 겨울이 제철이다. 겨울에 살이 통통해지고 색이 진해지며 윤기가 흐른다. 섭은 채집하는 것이 쉽지 않다.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반잠수를 하면서 바닷가 갯바위에서 떼낸다.


이 섭을 호박 부추 등 야채와 함께 된장을 넣고 끓인 것이 섭국이다. 감칠맛과 구수함이 어우러져 술로 쓰린 속을 달래는데 그만이다. 청양고추를 조금 넣어서 박력을 더해주면 맛이 더하다. 내륙에서는 홍합밥을 주로 하는데 동해안에서는 섭국과 섭죽 섭칼국수를 주로 먹는다. 양양 강릉 동해 삼척 지역에 가면 한번 도전해 보길 권한다. 갯바위가 많은 장호항의 섭국 집들이 유명한데 예전과 달리 섭국을 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섭 채취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애용하는 섭국집은 강릉 등명해수욕장의 횟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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