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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Nov 11. 2023

사하라 사막에서 찍은 사진엔 보정이 필요 없다

모로코기행, 토드라협곡 사하라 와르자자트 아이트벤하두


모로코 기행 7일 차, 사하라 사막

로컬브랜드 호텔, 잘루카에서 자야 하는 이유


숙소가 있는 지즈밸리는 사하라 사막의 관문이다. 협곡을 따라 길게 오아시스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언덕 위에 주로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건조한 날에 오아시스를 만났다면 감동이 더했을 텐데 아쉽게도 비 오는 날 만나서 감동이 좀 덜했다. 하지만 ‘아 오아시스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끼기엔 충분했다.


사하라 사막을 실제로 영접한 소감은 ‘아 내가 지금 내셔널지오그래픽의 4K 화면 속에 들어와 있는 건가?’ 하는 기분이었다. 여러 사막을 경험했지만 사하라 사막처럼 보정 없는 감동을 선사한 곳은 없었다. 아프리카가 가진 원형의 힘이리라.



숙소는 로컬 브랜디인 잘루카(Xaluca) 호텔이었다. 지금까지 이용한 숙소 중 가장 모로코 전통 스타일이었다. 마치 사막을 건너는 대상이 묵는 카라반 사라이를 연상하게 할 만큼 화려했다(뷔페식이었던 음식은 좀 아쉬웠음). 숙소가 하나의 여행지가 되기도 하는데 잘루카가 그랬다. 체인이라고 하니 다음 모로코 여행에서도 두루 써보려고 한다.


호텔 중정의 수영장 옆으로 야자나무가 많아서 ‘호화로운 오아시스’ 느낌이 들었다. 벨리댄스를 추는 미녀가 없어 아쉬웠지만 일행과 시가를 물고 칵테일 한 잔 하며 여독을 풀었다. 내일은 드디어 사하라 사막으로 들어간다.



모로코기행 8일 차, 토드라 협곡

아틀라스산맥과 사하라사막의 경계, 토드라 협곡

모로코는 전형적인 ’아랍프리카(아랍+아프리카)‘ 국가다. 아랍의 상징인 이슬람과 베두인(베르베르족)이 주축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아랍인의 나라인 셈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흑인은 모로코에서 거의 볼 수 없다.

모로코를 종단하는 아틀라스산맥을 사이에 두고 왼쪽의 대서양 지역과 오른쪽의 사하라 지역으로 나뉘는데 며칠 동안 사하라 지역을 돌고 있다. 대체로 이슬람을 더 ’세게‘ 믿고 베두인의 전통도 더 강하게 남아있다. 정통 ’아랍프리카‘인 셈이다.

베르베르어로 산을 뜻하는 팅히르 지역에 형성된 토드라 협곡에 다녀왔다. 거칠고 가파른 협곡 사이에서도 모로코인의 삶이 다부지게 펼쳐져 있었다. ’영화 찍기 딱 좋게‘ 생긴 지형이 사는 사람에게는 곤욕일 텐데 제법 가옥이 많았다.

토드라 협곡을 비롯해 사하라사막과 아틀라스산맥 사이에는 협곡이 많다. 비가 오면 이 협곡을 따라 강이 흐르는데, 협곡은 그대로 오아시스가 된다. 그래서 그 옛날 대상들은 협곡을 따라 걸었다. 지금은 자동차로 협곡을 내려다보며 지나간다.


사하라사막에서 경험한 인생 액티비티

’어른의 여행‘에선 액티비티의 비중이 크지 않다. 다들 어디선가 해봤다는 듯, 시큰둥해서다. 나 역시 그렇고. 그런데 이번 사하라사막의 낙타트레킹은 비교 불가였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다큐멘터리 화면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석양도 너무 좋았지만 석양 전의 은은한 햇살이 정말 좋았다.

낙타트레킹과 마찬가지로 ATV 레이싱도 ‘이거 안 했으면 어쩔뻔!’한 아이템이다. 사하라 사막의 모래언덕을 두 시간 가까이 넘나들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막에 최적화된 레포츠인 듯.


모로코여행 9일 차, 와르자자트

아프리카의 할리우드, 와르자자트


모로코는 영화의 나라다. 단순히 <카사블랑카>만이 아니라 <아라비아의 로렌스> <글래디에이터> <미이라> <킹덤 오브 헤븐> <존윅3> <프리즌 브레이크> 등 수많은 작품의 무대가 바로 모로코였다.

그 영화들의 대부분은 모로코의 와르자자트 지역에서 찍었다. 아틀라스산맥과 사하라사막을 잇는 관문인 이곳은 할리우드처럼 건조한 기후라 영화 촬영에 제격이다. 그래서 이곳 마을 사람들은 엑스트라로 수시로 불려 나간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할리우드의 두 축은 아틀라스스튜디오와 아이트벤하두다.

와르자자트가 영화 촬영의 성지라는 것은 두 가지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는 작은 도시임에도 공항이 있었다. 마치 양양공항처럼. 할리우드 스타들의 전용기 착륙을 위해 구축된 게 아닌가 싶다. 다른 하나는 뒷골목에 자리 잡은 근사한 프렌치레스토랑이다. 현지인 집밥을 먹게 되는 줄 알았는데 실내 풀이 딸린 멋진 레스토랑이었다. 이 역시 할리우드 스타를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안타깝게도 아틀라스스튜디오는 들어갈 수 없었다. 오아시스 뮤직 페스티벌이 이곳에서 열려 세팅 중이었다. 뮤직 페스티벌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루 차이로 그것도 비켜있었다. 대신 ‘아이투 벤 하두’에서 충분히 보상받았다. 11세기의 토성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전된 이곳은 우리가 영화에서 익히 보았던 중동 배경 콘텐츠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실크로드의 끝에서 아랍인과 베르베르인들이 이뤄낸 ‘아랍프리카’의 이상향을 모로코가 구현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 숱한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것 같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프리즌 브레이크 등 숱한 영화의 촬영지로 쓰였던 아이트벤하두는 영화 미술감독 혹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베르베르 전통 복장을 하고 말을 탄 한 유튜브 인플루언서가 이곳이 촬영의 성지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글라디우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낳은 영화의 성채, 아이트벤하두

마른 강을 따라 형성된 오아시스 옆 갑툭튀 언덕에 자리 잡은 아이트벤하두는 원래 베르베르족의 성채였다. 종족 간 분쟁이 잦아서 이런 성채가 필요했다고. 언덕에 오르면 사방이 훤히 보여서 경계에 유리했다.

평화 시기에는 실크로드의 마지막 도시 마라케시로 이어지는 카라반 사라이로 활용되었다고. 사하라사막과 아틀라스산맥 사이의 관문으로. 대체로 이 지역은 마른 강을 따라서 오아시스가 형성되었는데 두 강이 만나는 합수지점이라 최적지로 보였다.

이프란을 통해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갔는데 이곳 아이트벤하두를 마지막으로 사하라 쪽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체로 아틀라스 서쪽에 비해 채도가 낮은 곳으로 색상도 단조로웠지만 투박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내년 모로코기행은 사하라 대자연산책 부분도 강조하려고 한다. 사하라는 역시 사막의 왕이었다. 다른 사막은 사하라에 비하면 그냥 모래언덕 수준이다. 광활하고 또한 청명했다. 때론 은은하고 때론 강렬했다.


주)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모로코기행은 아프리카 전문 여행사 ‘디스 이즈 아프리카’와 함께 합니다. 올 겨울엔 함께 남아프리카기행(12/18-12/30)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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