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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Jun 11. 2021

김부겸, 4만불 시대의 2만불 총리

격조 있는 국내 여행상품 개발이 시급하다

     

기자를 20년 했다. 그중 대부분은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그리고 여행감독이 되었다. 여행감독은 여행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저널리즘 동네에서 투어리즘 동네로 넘어올 때 코로나19가 터졌다. 원래 해외 프리미엄 여행을 함께할 여행자 그룹을 구성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일단 국내 여행에 주목했다. 지난해 말 ‘집합 금지’가 내려진 이후로는 전국을 답사하며 프리미엄 한국 여행을 기획했다.    

  

그러다 엊그제 김부겸 총리의 담화를 보았다. 내용은 이렇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오랫동안 제한되면서 항공·여행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해외여행 재개를 희망하는 국민들은 많아지고 있다. 접종을 마치고 출입국 과정 진단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되면 별도 격리 없이 여행이 가능하게 된다. 해외여행은 많은 국민들께서 기대하시는 일상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예전부터 ‘김부겸은 생각이 참 짧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담화를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외여행 위주의 관광 활성화 정책을 생색내듯 발표하는 것을 보고 인기에 영합한 정무적인 판단을 우선하고, 깊이 있는 정책적 고찰이 없다는 이전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소비력 기준으로 4만불 시대가 되었는데 우리 총리의 인식은 아직 2만불 시대에 머물러 있다. 


아웃바운드 활성화를 발표할 것이면, 인바운드 활성화 내용도 넣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기본일 텐데 그런 기본적인 고려가 없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인트라바운드가 제주로 편중되어 부익부 빈익빈이 되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인데, 역시나 고려가 없었다. 총론의 방향성이 잘못되었는데 디테일도 없었다. 


코로나 방역 우수 국가라는 점을 활용하고 홍보할 겸 외국인의 한국 여행 활성화를 앞단에 두고(백신 적용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면 코로나 확산 위험은 거의 없으니), 뒷단에서 트래블 버블을 활용한 해외여행 활성화 정책을 함께 얘기하는 것이 기본일 텐데, 여행 고픈 국민들의 여망을 업고 인기에 영합한 정책만 늘어놓는다. 교포들의 국내행이 이중삼중 잠금장치로 막혀있는데 무엇이 중한지도 모른다. 우리의 소비력은 4만불 수준이지만 국내 관광산업은 2만불 수준이고, 김부겸은 딱 그 수준의 총리다.      

       

여행감독을 자처하고 국내여행 패키지를 살펴보니 상당히 저발전 된 상황이었다. 여행상품은 단품 판매 위주 거나 안내산악회의 덤핑 상품뿐이었다. 패키지 강국다운 성취를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다. 우리가 해외에 가서 누릴 수 있는 가성비 좋은(혹은 격조 있는) 패키지여행이 국내에는 없었다. 


풀어서 얘기하면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이용할만한 패키지여행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발걸음은 판문점 하회마을 제주도 정도로 동선이 제한된다. 한국관광은 아직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모두 이 문제의식에 동의했다. 다만 고칠 시도를 하지 못했을 뿐.     


 


코로나19로 관광 업계가 두루 힘든데 정부가 여행사들을 지원해서 매력적인 국내여행 상품을 개발하게 했다면, 한국 관광은 더 높은 수준으로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 관광과의 격차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걱정된다. 앞으로 일본과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중국 관광객 중 고급 휴양객은 대부분 일본에 몰릴 것이고 한국은 저가 패키지 관광객들만 올 것이다. 


교포 찬스도 있었다. 교포 중에서 코로나19 방역이 좋은 고국을 도피처로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이 이용할만한 국내여행 패키지를 개발했다면 이후 이 상품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바운드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명품 한국 기행’ 베타 버전을 올렸을 때 국내에 장기간 머무는 교포분들의 반응이 남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국내여행 특히 프리미엄 국내여행 패키지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다들 말했는데, 립서비스만 하고 끝나는 분위기다. 누가 앞장서 주길 기다리면서 간만 보다가 해외여행이 풀린다고 하니 다시 돈이 되는 해외로 모두 눈을 돌리고 있다.      


애초에 해외 프리미엄 여행을 함께 하는 여행자 그룹을 구축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었지만, 하반기는 국내여행 개발을 잘 마무리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 3박4일 명품 한국 기행(그들이 먹는 세상-남도 맛기행, 그들이 누리는 세상-남도 멋 기행, 갱상도 기행), 2박3일 명품 한국 스테이(땅끝 해남 스테이, 진안고원 스테이, 신안 섬 스테이), 1박2일 명품 미식 기행(8도 고기 대탐험, 제철 해산물 탐험대, 비건투어) 등등 국내여행 라인업을  어느 정도 정비해 두려고 한다.      


올해 국내 여행지 답사를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해외에 못 가지만 국내를 구석구석 살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내 여행 정보는 20대들 취향에 맞게 편제되거나 아니면 가족단위 체험 여행객 정보로 집중되어 있어 이런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이를 잘 큐레이션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고 올해 연말까지는 여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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