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아닌
"당신 안에 웅크리고 있는 내면아이, 잘 돌보고 있으신가요?"
<상담실에서 마주한 진실>
지난 토요일, 심리상담실을 찾았다. 상담선생님이 "요즘 어떠신가요?"라고 물었고, 나는 그동안 여러 일을 벌여놓은 탓에 어깨가 무겁다고 털어놓았다. 새롭게 시작한 일의 성과가 나지 않아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한참을 듣던 상담사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행복하신가요? 그렇게 많은 일을 해내고 계시잖아요. 육아에, 배달음식점 운영, 새로 배운 일까지 온종일 틈틈이 하고 계신데..."
나는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지금껏 새로운 일을 도전하고 해내는 이 과정이 너무 행복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 모든 일을 해내는 게 벅차기도 해요. 어깨에 정말 무거운 몇 톤의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아서 울고 싶을 때가 종종 있어요.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 걸 주변 가족들이 몰라줄 때면 정말 화도 나고 답답해요."
그러자 상담사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님의 마음속에는 어릴 적 내면아이가 강하게 활동하고 있는 거예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경험을 지금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것이 아이들에게 불안함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큰아이가 불안함이 많은 건 그 요인 중 하나일 수 있어요."
< 충격과 깨달음>
그 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 40대를 살고 있는 내가 아니라, 어린아이가 활동하고 있다니. 내면아이를 내가 돌봐주지 못했다는 인식은 그 이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성장한 어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내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지금껏 나는 자기 계발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이라고, 다양한 체험과 기회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상담사의 말이 100%는 아니겠지만, 나 스스로도 그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할 때 느끼는 그 행복감. 그것이 어쩌면 어린 시절 정말 하고 싶었지만, 스스로 억누르고 주변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꺾이고 꺾였던 욕구의 표현이었다는 생각을 하니, 내 자신이 안쓰러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 나를 채찍질하며 살아온 시간>
올 한 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나는 항상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매몰되어 나 자신을 너무 닦달했다.
'너, 지금 뭐 하고 있어? 달려야지!'
'너 지금 쉴 때라고 생각해? 아냐. 네가 원하는 성과까지 가려면 지금 쉬면 안 돼!'
이런 말로 나를 채찍질하며 살아온 것 같다.
어린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정작 내가 원하는 길이, 내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를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그 어릴 적 나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그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제 나의 상태를 인지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상담사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
내가 성숙한 어른으로 살기 위해서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나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것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숙제다.
< 당신의 내면아이는 안녕한가요>
혹시 당신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나요?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 때는 행복하지만, 그 이면에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나 불안이 따라오지는 않나요?
우리는 종종 '성장'과 '성취'라는 이름으로 우리 안의 어린아이를 더 혹독하게 몰아붙입니다. 어린 시절 채워지지 않은 것들을 지금 채우려고 애쓰지만, 정작 그 방법이 또 다른 결핍을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곤 합니다.
내면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쉬어도 괜찮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당신의 자녀가, 배우자가, 또는 주변 사람들이 당신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나 자신의 노력을 인정하고 있는가?" 우리가 가장 먼저 받아야 할 인정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옵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늘 바쁘고, 늘 무언가에 쫓기며, 멈추면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당신 안의 어린아이에게 물어보세요.
"넌 정말 뭘 원하니?"
"넌 지금 행복하니?"
그리고 그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성장이라는 이름의 채찍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