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자리에서 낙원을 살고 있는가
이 자리에서 낙원을 만들지 못하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낙원을 만들지 못하면, 가깝거나 먼 미래에 과연 내가 진정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
최진석 교수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데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 말이 왜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닫게 됐다.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부터 '나중'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기 시작했을까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은 힘들어도 열심히 하면 나중에 행복해질 거야."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말한다. "지금 공부 열심히 하면 나중에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중에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을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나중에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현재를 희생하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이, 어느 순간 갑자기 행복을 누릴 줄 알게 될까.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불안하고 통제받으며 자라는 아이가, 어른이 되면 갑자기 자유롭고 당당한 사람이 될까. 지금 부모의 기대를 맞추느라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는 아이가, 나중에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게 될까.
부모의 결핍이 만드는 과잉 육아
많은 부모들이 자신이 받지 못한 것을 아이에게 주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내가 받지 못했던 교육, 경험,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다. 그래서 독서도 시키고, 학습도 시키고, 다양한 경험도 시켰다.
결과는? 머리는 똑똑한데 마음은 불안한 아이들.
최근에 만난 한 기업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저희 어머니는 저한테 공부하라는 말을 거의 안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자수성가했고, 자신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어머니의 '놔두는 육아'를 꼽았다.
우리는 착각한다. 많이 가르치고, 많이 챙기고, 많이 관리하는 게 좋은 부모라고. 하지만 어쩌면 진짜 좋은 부모는,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일지도 모른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이동 수단이다
행복을 목적지로 생각하면, 우리는 평생 '아직 도착 안 함' 상태로 산다. 중학교 들어가면, 고등학교 들어가면, 대학 들어가면, 취업하면, 결혼하면... 그때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그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이동 수단이어야 한다. 지금 행복하게 가는 사람만이, 앞으로도 행복하게 갈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지금 행복한 아이가, 나중에도 행복할 줄 아는 어른이 된다. 지금 자기 마음을 존중받는 아이가, 나중에도 자기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어른이 된다.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하기 위한 지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도 아이도 지금 이 순간 행복하려면.
첫째, 부모 자신이 먼저 현재를 살아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배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그렇게 사는 게 정상이라고 배운다. 부모가 지금 여기서 평화롭고 만족스럽게 살아야, 아이들도 그 방법을 배운다.
둘째, 통제가 아니라 신뢰로 키워야 한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스스로 배우게 하는 것. 그게 진짜 아이를 위하는 길이다. 우리가 설계한 완벽한 길로 아이를 밀어 넣는 게 아니라, 아이가 자기 길을 찾아가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것.
셋째,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이 학원 다녀야 좋은 대학 가" 대신 "오늘 뭐 재밌었어?" 물어보기. 결과와 성취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아이가 무얼 느끼고 경험하는지에 관심 갖기.
넷째, 완벽한 부모가 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부모가 되려는 조급함이, 오히려 아이와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 실수해도 괜찮고, 부족해도 괜찮다. 완벽한 부모보다 행복한 부모가 낫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아이의 손톱을 보며 깨달았다. 이 작은 습관이 보내는 신호를. 아이도, 나도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건, 결국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는 삶이다.
우리 모두 지금 이 자리에서 낙원을 만들 수 있기를. 부모도 아이도 함께 행복할 수 있기를. 그것이 우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