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사업 이젠 절대 안 할 거야 3편

긴급공지문

by 그로우루샤

올해 초 두 번째 시작한 고시원사업은 나에게 그 어느 때보다 견디기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고시원 입실자분들이 나에게 만만치 않은 민원거리를 주었기 때문이다.


바로 옆 방에 있는 여자분들끼리 소음으로, 때론 공용 물건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끊임없이 싸우며 나에게 자신의 불합리한 상황을 이해해 달라며 아우성 대는 것이었다.


그런 일들이 계속되다 보니 정신적이 피로감이 쌓여만 갔다.


고시원의 큰 문젯거리인 000님도 언제나 한몫을 하곤 했다.


나이 어린 유럽계 외국인이 이곳저곳 빨래를 두질 않나, 세탁기에 생각 없이 쿠션을 넣고 돌리는 바람에 세탁기가 엉망이 되는 상황을 만드는 일도 여러 차례 계속되었다.


이를 지켜보는 다수의 입실자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입실자들로 인해 원장만큼이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모양이었다. 이 모든 문제의 중재자 역할은 당연히 원장에게 있었기 때문에 이 고시원 원장으로 있는 한 민원과의 전쟁은 계속되어야만 했다.


어찌해야 할까? 나는 고시원 인수한 지 이제 5개월만 지났을 뿐인데... 만실까지 이루어 놓은 마당에 짭짤한 현금흐름도 가능한 상황에 고시원을 매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고민이 되었다


연 초에 고시원 인수할 당시 40개의 방 중 23개가 공실 상태라 방 하나하나를 채우는 데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는데...


그 어려움을 겨우 이겨내고 채워 놨더니만 입실자들이 나를 힘들게 한단 말인가


어쩌면 내가 원장으로서 갈등의 요소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정신적 어려움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고시원을 매각하는 당일, 가슴이 정말 후련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민원들로부터 이제는 온전히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각한 다음 날 나를 힘들게 했던 입실자 중 한 분으로부터 황당한 문자를 받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 입실자 000 씨가 이런 긴급 공지문으로 나를 정말 열받게 한 것이다.


"원장의 올해 초 인수목적은 고시원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며 놓고, 비싼 시설 권리금을 붙여 단기간에 새로운 주인에게 큰 이익을 남기고 팔아넘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원장님은 그동안 입주자들에게 베풀어야 할 기본 서비스에 소홀하였습니다. 6개월 만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 큰 이익을 남기고 고시원을 팔아넘긴 사기성이 농후한 고시원 매매업자였음이 이번 사건으로 다시 한번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내용의 긴급 공지문이 고시원 벽 곳곳에 빈틈없이 붙여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정말 황당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얼마나 다수의 입실자들의 눈총을 받으며 그 입실자를 퇴실시키지 않고 최대한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 주려고 노력해 주었건만 돌아오는 건 그야말로 뒤통수 때리는 일이라니...


이미 고시원을 매각한 상태라 내가 직접 갈 수는 없었지만 5개월 간 모든 입실자들에게 정성을 다했던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사기성이 농후한 고시원 매매업자'였다니...


가슴이 아팠다. 정말 후벼 파는 아픔이었다.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문득 드는 생각이 그 사람 혼자만의 생각일 텐데 내가 왜 그 공지문 하나로 힘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받을 수는 없다고 한다. 나도 한두 명의 입실자들에게 그런 황당한 비난을 받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매각 후의 성난 파도와 폭풍이 나를 한번 크게 때리고 갔지만 그 폭풍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해 준 것이 틀림없었다.

핀터레스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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