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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즈 Apr 29. 2022

긴장과 이완

안다는 것

3부】


3.

노인이 말했다.


“우선 지각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줄게.


지각은 ‘안다’는 의미의 ‘지(知)’와 ‘알아차림’의 의미인 ‘각(觉)’이 합해져 만들어진 단어야.

 

‘안다’는 것은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어.


첫 번째는 언어적 차원으로써의 앎이야.

노자는 도덕경 1장에서 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이라는 말을 해.


명은 말 그대로 ‘이름’을 의미하는데, 앞에서도 간단히 설명했지만 밤(夕)에 식별을 위해 입(口)으로 소리를 내어 부르는 ‘이름(名)’을 말해.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마치 캄캄한 밤에 ‘이름’이라는 입에서 나는 소리를 통해 현재에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해 서로 합의된 ‘무엇=개념’을 공유할 수 있는 ‘언어적 차원’의 앎이 있기 때문이야. 이러한 ‘개념’, ‘언어’, 일종의 약속에 대한 앎이 바로 언어적 차원의 앎이라고 이해하면 좋아.


두 번째는 지적 차원으로써의 앎이야.


지적이라는 것은 언어적 차원의 앎을 스스로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여 말 그대로 머리로 이해한 앎이라고 할 수 있어. 현대사회에서 학교교육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앎은 대부분 지적인 차원의 앎으로 볼 수 있어. 이러한 지적인 차원의 앎에는 ‘기억’이라는 정신작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기억에는 근거라는 ‘데이터’, ‘자료’들로 보충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


하나의 지적 차원의 앎을 공고히 해주는 것은 여러 가지 사례의 한 방향의 데이터이기 때문이야. 만약 데이터의 방향이 서로 모순되거나 양 방향일 경우 지적으로 명료하게 앎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름’으로 변할 수도 있어. 이 이야기는 우리가 현재 이야기하는 주제와 벗어나는 측면이 많으니 자네가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해보는 것도 좋을 거야.


다시 돌아와서 세 번째는 경험적 차원으로써의 앎이야.

경험적 차원의 앎은 예를 들어 뜨겁다, 차갑다 등의 개념적인 앎을 실제로 불에 데이는 행동을 통해 감각적으로 알게 된 것들을 말해. 혹은 얼음을 만져서 감각적으로 차갑다는 개념에 대해 경험적으로 알게 되는 것들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거야.


언어적 차원과 지적 차원의 앎은 반드시 경험적 차원의 앎을 동반하고 있지는 않고, 머리로 이해하는 앎으로 보면 좋고, 경험적 차원의 앎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몸을 통해 감각적으로 알게 되는 차원의 앎이라고 단순하게 이해해도 좋을 거야.


이렇게 세 가지 차원의 앎 모두 ‘지각’에 포함된다고 보면 돼.


즉, 지각은 머리로 이해했거나, 경험적으로 이해한 것, 그러한 통합적 기억을 통해 일종의 판단을 내리는 기능이다라고 볼 수 있어. 더 쉽게 말하면, 지각이 바로 ‘에고’의 시작이라고 보면 좋아. 자기 자신이라는 어떤 느낌적인 느낌을 우리는 ‘지각’을 통해 인식하고 있다고 보면 돼.


에고에 대해 간명하게 설명한다면, 일종의 지적, 경험적 기억의 총합과 그에 상응하는 감정 작용의 무더기라고   있어.


그래서 의식에서 지각이 작동하면, 그 좋고 나쁨에 의해 감각이 일어나게 돼.

 

감각은 말 그대로 ‘느낌에 대한 알아차림’을 의미해. 지각이 '좋다'라고 판단하면 몸에서 일종의 생화학적인 물질이 일어나고 그것에 의해 유쾌한 느낌을 경험하게 돼. 만약 지각이 '나쁘다 혹은 싫다'라고 판단하면 몸에서 마찬가지로 생화학적인 물질이 일어나고 그것에 의해 불쾌한 느낌을 경험하게 돼.


이렇게 유쾌한 감각, 불쾌한 감각은 반응을 일으켜. 유쾌한 감각을 느끼는 경우는 이 느낌이 지속되기를 갈망하게 돼. 만약 불쾌한 감각을 느끼게 될 경우는 이 느낌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며 혐오감을 일으키는 거야.


다시 마음의 작동방식에 대해 정리하면, 우선 의식으로 외부적 실상을 인식하고, 인식된 실상에 대해 지각으로 판단을 내려. 지각에 의해 판단된 것은 몸에 유쾌하거나 불쾌하거나 혹은 유쾌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은 중립적인 감각을 일으켜. 일어난 감각에 대한 느낌이 좋고 나쁨에 대해 마음은 더 느끼고 싶어 갈망하거나 혹은 느끼고 싶지 않아 혐오를 일으키는 ‘반응’을 하게 돼.


이러한 마음의 작용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거야.”


4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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