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고양이

스트레스라는 이름의 검정고양이 3

by 바이즈

11.

이완은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 침묵 속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긴장’에게 아주 명료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되니,

몸에서 어떤 감각이나, 혹은 마음에서 어떤 생각, 감정 등이 일어나더라도,

제 관찰의 대상인 호흡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과정을 비유하면,

마치 과학자들이 어떤 실험 대상을 관찰하는 것처럼, 현미경으로 대상을 자세히 살피는 것처럼,


호흡 관찰로 집중력을 기르고,

집중력을 지속하는 끈기를 기르고,

그 집중력으로 대상에 대한 '알아차림'을 지속할 수 있게 되어,

관찰의 대상을 통해 어떤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아요.”


‘이완’은 잠시 ‘긴장’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호흡을 대상으로 ‘마음’을 관찰하는 훈련을 어느 정도 마치고,

몸을 대상으로 ‘몸의 느낌’을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몸의 느낌을 관찰할 때,

강한 느낌이 일어나거나 혹은 미세한 느낌이 일어나거나,


머리에서부터 발가락 끝까지 차근차근히 관찰했어요.


머리에서 발가락 끝까지, 다시 발가락에서 머리까지,


이렇게 무수히 많이 관찰하고 또 관찰했어요.


‘몸의 느낌’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마음을 통해서 경험되는 것이기 때문에,

'몸의 느낌 관찰'은 결국 '마음 관찰'이 되는 것이에요.”


12.

“그렇게 몸의 느낌을 관찰하다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어요.


마음이 긴장되면 몸이 긴장된다는 것이에요.


다시 한번 강조하면,

‘마음의 긴장은 몸의 긴장을 일으킨다’에요.


그럼, 반대로 마음을 이완하면, 몸도 이완이 된다는 것도 발견했어요.


다시 한번 강조하면,

‘마음의 이완은 몸을 이완시킨다’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을 이완시킬까요?


간단해요.

‘머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순수한 의식으로 관찰하는 거예요.


그 관찰이,

그 관심이,

그 몸의 느낌에 대한 관찰이,

마음을 이완시킨다는 사실을 경험하실 거예요.


그리고 그 이완된 마음은 결국 몸을 이완시킨다는 것을 경험하실 거예요.”


13.

‘긴장’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이완’이 말하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것이라면,


‘내가 왜 이렇게 만성 어깨 통증과 거북목, 위장의 불편함을 느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올라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완’의 아름다운 자태와 자신의 눈앞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이완’의 평온한 모습 때문에,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 도 없었습니다.


‘긴장’은 ‘이완’의 말대로,

마음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습니다.

‘고르니?’라는 이름의 알 수 없는 바이러스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긴장’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계속 ‘이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고,

‘마음’을 관찰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츄르코인’이 요동쳤고,

‘사료주가’가 요동쳤으며,

모든 상황과 현실이 깜깜하게 흔들렸습니다.


그럼에도 ‘긴장’은 더 이상 예전처럼 ‘마음의 동요’라는 이름의 고양이에게 전화를 걸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14.

‘긴장’과 ‘이완’은 좋은 짝꿍처럼 서로를 아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받아들였으며,

서로에게 갈망과 혐오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서로를 알아차렸고,

서로를 향해 평정심을 지켜나갔습니다.


서로를 깊은 '알아차림과 평정심'으로 감싸 안았고,

그 둘은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향해 달려 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긴장’과 ‘이완’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마치 하나가 된 듯했습니다.


‘아닙니다.’


하나가 된 듯한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었습니다.


검은색의 ‘긴장’과 흰색의 ‘이완’은,

'회색'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15.

그 하나,

그 회색고양이의 이름을 이 글을 읽는 고양이들에게 비밀스럽게 전합니다.



그 고양이의 이름은,

‘고요’입니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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