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보는 세상
나는 멘털이 좋지 않다. 원래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살다 보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나쁜 상상, 불안함을 끄집어내서 곱씹었다. 그게 좋은 쪽으로 발현되면 다행인데 그러지 않을 때는 얕은 우울감에 빠져 지냈다. 나는 남들에게 기대어 슬픔과 불행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이 감정을 스스로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우울함을 없애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됐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주변정리하기다.
내 주변은 내 마음과 꼭 닮아있다.
우울한 사람은 현실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하기에 현실을 잊기 위해 또 다른 도피처를 찾는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집안이 엉망일 수밖에 없다. 나도 그랬다. 내 삶의 생동감이 넘칠 때는 집안과 내 주변이 깨끗했다. 하지만 심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의 늪에서 헤매고 있을 때는 집안이 항상 엉망진창이었다. 밀린 설거지, 어질러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옷과 물건들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방, 안 씻은 몸, 바닥에 나뒹구는 머리카락, 책상 위에 널브러진 책 그리고 넘쳐버린 빨래통, 버리지 못한 재활용품, 음식물쓰레기까지 다음에 해야지라고 미뤄왔던 것들이 점차 쌓인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집안 청소를 하고 샤워를 했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고작 청소하나 했을 뿐인데 마음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게 신기했다. 사람은 자기 손으로 무언가 해낼 수 있을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는데 나는 청소를 통해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깨끗해진 내 주변을 보면서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은 없어지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주변정리를 최대한 깨끗이 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뭐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다. 책상정리, 설거지 미루지 않기, 쓰레기통에 쓰레기 버리기, 샤워하기정도가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우울감이 생길 틈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작은 귀찮음과 게으름을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청소라는 건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어차피 스스로가 해야 하는 일이다. 누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어차피 할 거라면 지금 하는 게 낫다. 지금을 마주 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지금을 사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