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갖고 있는 취향은 제각기 다르다. 영화부터 노래, 도서, 음식, 여행 등등 각자 좋아하는 취향이 명확하게 생기게 되는데 그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감에 따라 취향이라는 길이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세월에 따라 쌓인 그 길, 누구도 닮을 수도 닮아갈 수 없는 오로지 나만의 길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취향을 쌓아가고 있구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깐 나이 먹는 게 제법 괜찮다고 느껴졌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로 정의 되는 또 다른 취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괜스레 웃음이 난다.
취향은 세상을 향해 나라는 존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내 한 가지 취향을 말하자면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에 집중해서 듣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팝송보다 한국음악을 찾게 됐고 특히 한국음악에서 인디음악을 좋아한다. 그 이유 역시 가사 때문이다. 시와 비슷하게 쓰는 인디가수들의 가사에는 무언가 상상하게 되고 그들의 창의성과 비유적인 표현을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 귀로 시를 듣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노래를 아무 때나 듣지 않는다. 음악을 책처럼 듣고 싶을 때만 듣는다. 이런 음악 취향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이유를 나타낼 수 있다면 그건 내 취향이 된다. 그리고 그건 그 사람의 고유한 성격으로 자리 잡아 스스로를 더 견고하게 만든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공통된 관심사를 찾기 위해 서로의 취향을 물어본다. 그리고 공통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더 깊게 들어간다. 하지만 깊게 들어갈수록 우리의 취향은 정확히 일치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예를 들면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도 서로 좋아하는 장르가 다르다. 만약 같은 장르를 좋아하게 된다 해도 좋아하는 영화가 서로 다를 수도 있다. 이건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주제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교집합을 찾는 건 쉽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갈수록 조금씩 어긋나게 된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나랑 비슷한 취향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나 밖에 없다. 그러니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내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한 사람의 인생과 다른 사람의 인생이 맞물리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의 작은 조각을 나눌 수 있게 된다. 그 순간이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