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 생각이 뭔지 모를 때가 있다. 내 생각을 내가 모른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왜 내 생각이 뭔지 모르는 걸까?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나의 습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경험하고 나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나누는 걸 좋아한다. 뉴스를 봐도 댓글까지 보고 웹툰, 인스타와 유튜브에서도 댓글을 본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열심히 해석과 후기 글, 리뷰, 나무위키를 찾아보고 옷도 음식도 경험도 남들의 평가와 생각을 먼저 찾아보고 선택한다. 그런 행위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왔다. 경험을 나누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 정리된 상태에서 해야 되는데 나는 내 생각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타인의 생각을 내 생각처럼 혼동하고 대충 넘기면서 소비한 것이다. 스스로 마침표 찍는 연습, 그것이 당장 나에게 필요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경험하기 전에 온전히 내 생각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 이후로 내 생각이 정리되기 전까지 다른 사람들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영화나 책을 봐도 스스로 해석이 끝난 다음 후기나 해석, 비평을 보는 편이고 뉴스, 인스타, 유튜브, 웹툰 댓글들을 가능한 안 보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댓글을 참는 게 조금 어렵다. 타인의 반응을 소비하는 게 중독 같아서 무의식적으로 열어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신줄을 붙잡고 여전히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몇 달을 경험하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내 생각을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졌다. 스스로가 온전히 습득한 생각의 확신이 생긴 것이다. 나만의 기준이 딱 생기니깐 생각을 나눌 때에도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타인의 생각을 성숙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한 타인의 생각을 소비하는 게 정신적으로 꽤 피로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 타인의 분노와 혐오, 사상 등 사견이 담긴 텍스트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진짜 내 생각을 알아간다고 해야 하나 생각의 퍼즐이 딱 맞춰졌을 때 수학 문제를 푼 기분처럼 큰 희열을 느꼈다. 아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라고 말이다. 스스로 정의 내리는 것도 사실 꽤 머리 쓰는 일이라 귀찮다고 쉽게 경시하게 된다. 하지만 그걸 이겨낸다면 세상에서 대중이 아니라 한 사람의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