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적어본다.

by 고순


자기 전, 노트북 앞에 앉아 일기를 쓴다.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것이 일기인 건지 반성문인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한밤중의 고해성사를 할 수밖에 없는 내 삶이 씁쓸해 보인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비굴하고 초라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건지. 매일 내게 묻는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어쩌면 그게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알면서도 변화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미워진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아니, 앞으로도 쭉 살아나갈 것이다.


일기장에 내가 직접 몸으로 배운 3가지 지혜를 적어본다.


현실을 부정, 회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마주 볼 것.

그것은 나와 내 주변, 내가 걸어온 길. 내 삶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일이다. 나는 외면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와도 거울 속의 나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결함까지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이자 자기애의 시작점이다. 그래서 나는 거울을 보고 나 자신과 가끔 대화도 하고 억지로 크게 웃기도 한다.


머리가 아닌 몸을 믿을 것.

머리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험이라는 건 단순하게 머리로 전부 느낄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생각을 잠시뒤로 미루고 일단 실천하기로 한다. 아예 안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게 더 낫다. 그렇게 보낸 하루가 계속 쌓이다 보면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다. 하루 24시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처럼 나는 머리가 아닌 실천할 수 있는 몸을 여전히 믿고 따르고 있다.


스스로에게 큰 기대를 하지 말 것.

지나친 기대감은 스스로를 병들 게 만든다는 사실을 나는 몸으로 뼈저리게 느꼈었다.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제 살을 깎아먹기 시작하면 삶은 괴로움의 악순환이 된다. 그렇게 스스로를 엄격히 제단하기 시작하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의 소중함을 잊게 만든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기대치를 낮춘다는 것은 부끄럽고 고개를 숙일 일이 아니다. 욕심, 조급함, 질투, 좌절,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도 다 높은 기대에서 발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니 담담하게 살아가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에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몇 개월 전에 지혜라고 자랑스럽게 적은 글이다. 다시 보니 지금의 나는 그 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 머리에 잡생각이 많고, 몸은 돌덩이처럼 무거워도 세상을 향해 나를 꾸준히 내던지고 있었다. 조급함에 제 삶을 갉아먹기도 했지만 금세 새살이 돋아나기도 했다. 나는 내 삶을 잘 영위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의 시계 초침도 부드럽게 밀고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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