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걸어가자.
2019년 10월경 문경으로 힐링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뛰어난 자연경관은 힐링 그 자체였고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 또 가고 싶은 여행지 중 높은 순위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뽑으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옛길로 꼽히는 문경새재 방문이고 더 자세히는 문경새재로 올라가는 좌측에 생태 미로공원 체험이다.
미로 탈출 미션을 가지고 미로 입구로 들어섰을 땐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단시간에 탈출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길을 잃고 헤매면서 불안함이 차올랐다. 방향보다는 속도에 집중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기 바빴다. 한 번에 출구를 찾는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알게 됐다. 가던 길마다 벽에 막혀 씁쓸한 좌절을 겪었고 웃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얼마나 헤맸을까? 시간이 꽤 흐른 거 같은데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점점 힘이 빠지고 포기하고 싶었다. 다시 입구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사실 들었다. 그러던 중 도착지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잘 들리지 않았지만, 최대한 집중하려고 귀를 기울였다. 점점 소리가 뚜렷해지는 방향으로 이동했고 마침내 미로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뿌듯함이 차올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미로 탈출을 성공한 기념으로 출구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미로 안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아내와 공유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체험을 복기해보면 인생의 미로에서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 현재 위치를 알아야 한다.
/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 잘못 들어선 길은 다시 가지 말아야 한다.
/ 가야 할 목적지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 끝까지 걸어가야 한다.
우리는 인생의 미로에서 이러저리 길을 찾아가며 살아간다.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복잡하게 꼬여있어 헤매기도 하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럴 때 나의 길을 찾고 걸어가게 하는 세 가지 힘 '시력', '동력', '심력'을 사용하길 권한다.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시력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못 들어선 길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동력이 있어야 한다. 목적지를 기억하고 걸어가야 할 길을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심력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을 잘 활용한다면 나만의 업(業)을 충분히 찾고 만들어 갈 수 있다.
이제 누군가의 길이 아닌 나의 진짜 길을 따라 아름다운 향해를 할 차례다. 며칠 전 잠자던 나를 깨운 문장이 있었다.
"배가 항구에 정박 중일 때는 아무런 위험도 없다.
그러나, 배는 그러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에는 순풍과 잔잔한 파도만 있지 않다. 거친 파도와 풍랑을 맞서기도 한다. 바다가 무섭고 두려워 안전한 항구에만 있어야 하는가? 배의 존재 이유는 정박이 아니라 항해다. 항해하지 않으면 배가 아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배를 만든 목적은 항해를 통해 원하는 곳에 도착하는 거다. 이제 가야 할 곳을 바라보며 경쟁에 집착하지 말고 진짜 나의 길을 끝까지 완주해보자. 세 가지 힘을 가지고 말이다. 끝까지 걸어가자. 중간에 표류하지 않고 항해하는 삶을 살아가며 걸어갈 길을 마친 후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모두가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