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평생..

by 생각의정원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을 때마다 나는 같은 다짐을 한다. 이번엔 정말 체중 관리를 해야겠다고.

딱 4~5kg만. 건강을 위해서.


나는 생각했다. 세상에서 내 뜻대로 되는 건 거의 없다. 회사 일도, 프로젝트 일정도, 상사의 마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 몸은 다르다. 먹는 만큼 찌고, 운동하는 만큼 빠진다. 명확하고 과학적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내 몸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가장 컨트롤하기 쉬워야 할 것이 가장 어렵다. 삼겹살 냄새 앞에서 무너지는 의지. 소파에 누우면 일어나지 못하는 몸. 내일부터 하자는 무한한 자기합리화. 이론은 간단한데 실천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편의점 샐러드는 맛이 없다. 진심으로 맛이 없다. 하지만 먹는다. 먹고 나면 후회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반대로 삼겹살은 맛있다. 너무 맛있다. 하지만 먹고 나면 후회한다는 것도 안다. 안다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는 거대한 강이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운동을 제법 해왔다. 달리기도 잘한다. 등산도 자주 했었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예전에는 주말마다 올랐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소파가 더 편해졌다. 유튜브가 더 좋아졌다. 몸은 기억하고 있는데 마음이 따라가지 않는다.


의지의 문제다. 나는 의지가 있다. 다른 일에서는 의지를 발휘한다. 일찍 출근하는 것도, 육아 바톤터치를 위해 정시 퇴근하는 것도 의지다. 그런데 다이어트에서만 의지가 사라진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체중계 숫자는 정직하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0.1kg도 속이지 않는다. 그래서 무섭다. 내가 얼마나 게으른지, 어제 뭘 먹었는지, 일주일 동안 뭘 했는지 체중계는 다 알고 있다. 숫자로 나를 고발한다.


회식 자리에서 "다이어트 중"이라고 말하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혼자만 샐러드 먹으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먹는다. 다 같이. 내일부터 다시 하면 되니까. 그렇게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다이어트는 철학이다. 욕망과 이성의 싸움. 즉각적 만족과 장기적 목표 사이의 선택. 매 끼니가 작은 결정이다. 그 결정들이 쌓여서 몸이 된다. 인생도 그렇다.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인생이 된다.


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 가끔은 삼겹살을 먹어야 한다. 치킨도 먹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다. 샐러드만 먹는 사람은 기계다. 나는 기계가 아니다. 균형이 필요하다. 80%의 절제와 20%의 방종. 그게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등산을 다시 시작해볼까 생각한다. 주말 아침 일찍 북한산에 오르는 것. 정상에서 보는 서울의 모습. 땀 흘리는 기분. 내려올 때의 뿌듯함. 몸이 기억하고 있다. 다시 시작하면 될 것 같다. 의지가 있으니까.


결국 다이어트는 평생이다. 목표 체중에 도달해도 끝이 아니다. 유지하는 것. 그게 더 어렵다. 빼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다.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다. 얻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다.


나는 생각했다. 목표에 도달하면 뭐가 달라질까. 건강해질 것이다. 계단 오를 때 숨이 덜 찰 것이다. 옷이 잘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나다. 4~5kg 가벼운 나일 뿐.


그래도 하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씩 나아지면 된다. 오늘 샐러드를 먹으면 내일은 선택의 여지가 생긴다. 오늘 달리기를 하면 내일은 조금 더 가볍다. 그렇게 쌓이면 변한다.


세상에서 내 뜻대로 되는 건 내 몸뿐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나는 의지가 있다. 다만 그 의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의 문제다.


오늘도 샐러드를 먹는다. 맛없다. 여전히. 하지만 괜찮다. 이게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평생 다이어트. 평생 관리.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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