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회사 건물 옥상에는 낡은 벤치가 하나 있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한쪽 다리가 삐걱거리지만, 나는 그 벤치를 좋아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업무가 시작되기 전, 나는 종종 그곳에 올라간다. 딱 15분.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점심시간에도 쉬지 않았다. 밥을 빨리 먹고 돌아와서 일을 했다. 열심히 하면 인정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쉬는 것은 나약한 것이라고, 시간 낭비라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 하나가 말했다. "너 쉬지도 않고 계속 일하네. 마라톤 선수가 42킬로를 쉬지 않고 달리는 줄 아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선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중간중간 물 마시고, 페이스 조절해야 끝까지 달릴 수 있어."
그때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3년쯤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쉬지 않고 달리면 결국 쓰러진다는 것을. 그리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옥상 벤치에 앉으면 도시가 보인다. 저 멀리 산이 보이고, 빌딩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차 소리, 공사장 소리, 사람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나는 그저 앉아서 그 소리들을 듣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론 쉽지 않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할 일 목록이 떠다닌다. 오후에 있을 회의, 끝내지 못한 보고서, 답하지 않은 이메일들. 하지만 15분 동안만큼은 그것들을 내려놓으려 한다. 마치 무거운 가방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듯이.
동료 중 한 명은 점심시간마다 헬스장에 간다. 또 다른 동료는 회사 근처 공원을 산책한다. 누군가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누군가는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쉰다. 중요한 것은 쉬는 방법이 아니라, 쉰다는 사실 자체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다. "휴식은 일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회복하는 것이다." 그 문장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흐트러진 생각을 정리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한다.
어느 날 후배가 물었다. "선배는 왜 매일 옥상에 올라가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숨 쉬러 가는 거야." 후배는 웃었다. "회사에서도 숨 쉴 수 있잖아요." 나도 웃었다. "맞아. 하지만 깊게 숨 쉬려면 다른 공간이 필요해."
사실 그게 전부다. 우리는 회사에서도 숨을 쉰다. 일을 하면서도 살아간다. 하지만 제대로 숨 쉬려면, 깊게 숨 쉬려면, 잠시 멈춰야 한다. 그게 휴식이다.
가끔 옥상에서 다른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대부분 혼자 온다.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고개만 끄덕인다. 긴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각자의 15분을 존중한다. 그 침묵이 편하다.
오늘도 나는 옥상에 올라갔다.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시원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바람을 느꼈다. 15분은 짧지만 충분했다. 그 15분이 오후를, 때로는 하루를 견딜 수 있게 해준다.
휴식은 사치가 아니다. 필수다. 마라톤 선수가 물을 마시듯이, 우리도 쉬어야 한다. 그래야 끝까지 달릴 수 있다. 아니,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쓰러지지 않는 것이다.
벤치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간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간다. 키보드 소리, 프린터 소리, 전화벨 소리. 익숙한 일상이 나를 기다린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나는 15분 동안 숨을 쉬었으니까. 그리고 내일도 나는 다시 옥상에 올라갈 것이다.
그 낡은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보면서,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