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버리는 일

by 생각의정원

어느 순간부터 물건을 버리는 것이 좋아졌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어느 날 문득, 텅 빈 공간이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스물 대에는 달랐다. 물건을 모으는 것이 즐거웠다. CD를, 책을, 피규어를, 옷을 샀다. 방은 점점 채워졌고, 나는 그것이 풍요롭다고 생각했다. 많이 가진다는 것은 풍성한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삼십 대가 되자 달라졌다. 물건들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책장을 볼 때마다, 옷장을 열 때마다, 묘한 압박감이 들었다. "이걸 다 언제 읽지?" "이 옷은 왜 샀지?" 물건들이 소유가 아니라 부담이 되어갔다.


어느날, 나는 대청소를 시작했다. 십 년 동안 쌓인 것들을 꺼냈다. 서랍 깊숙이 박혀 있던 오래된 USB, 한 번도 안 입은 셔츠, 읽지 않은 책들. 하나하나 손에 들 때마다 물었다. "이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가?"


대부분의 답은 '아니오'였다.


처음에는 버리기가 어려웠다. "나중에 쓸 수도 있잖아", "돈 주고 산 건데", "추억이 담겨 있는데". 온갖 이유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솔직해지기로 했다. 나중은 오지 않는다. 돈은 이미 쓴 것이다. 추억은 물건 속에 있지 않다.


이틀 동안 45리터 쓰레기봉투 일곱 개를 버렸다.

헌책방에 책을 팔고, 옷은 기부했다. 처음에는 아까웠지만, 점점 가벼워졌다. 물건이 줄어들수록,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내 직장 선배는 일 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한다고 했다. "왜요?" 물었더니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사하면 물건이 줄어들거든. 짐을 쌀 때마다 생각하게 돼. 이걸 정말 가져가야 하나? 대부분은 필요 없더라고."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물건을 버리기 위해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다. 이사, 결혼, 혹은 누군가의 죽음.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쉽게 버리지 못한다.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하지만 나에게 물건을 버리는 것은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필요다. 나이가 들수록,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며칠 전, 정리된 방에서 커피를 마셨다. 창밖으로 햇살이 들어왔고, 방은 조용했다. 책장에는 정말 좋아하는 책 몇 권만 남아 있었다. 옷장에는 자주 입는 옷들만 걸려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것이 내가 원했던 것이구나.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하는 일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을지.


물건 하나하나에는 결정이 필요하다.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추억이 담긴 것들은. 대학 때 친구가 준 생일 선물, 첫 여행에서 산 기념품, 할머니가 주신 물건. 버리려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깨달았다. 추억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그 물건을 버려도 기억은 남는다. 오히려 물건에 매달리지 않을 때, 기억은 더 자유로워진다.


지금 내 방에는 꼭 필요한 것들만 있다. 침대, 책상, 작은 책장, 스피커. 그리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전보다 훨씬 덜 가지고 있지만, 전보다 훨씬 더 풍요롭게 느껴진다.


어쩌면 미니멀리즘은 적게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올바르게 가지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 것, 정말 사랑하는 것, 정말 의미 있는 것만 곁에 두는 것.


오늘도 나는 서랍 하나를 비웠다. 큰일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 더 가벼워진 기분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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