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4월 13일

by 생각의정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살짝 걷었다.

서울의 하늘은 부분적으로 흐린 채로 12도쯤 되는 선선한 공기를 머금고 있었고, 창밖 거리는 아직 졸린 듯 조용했다. 라디오를 켜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논의 소식과 함께 한강 수위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식량 가격 동결 발표도 잇따랐고, 식목일이 지난 지 8일째 되는 오늘, 나무들은 이제 꽃잎을 떨쳐낸 대신 새 잎을 부풀리며 봄의 다음 장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미세먼지가 가신 뒤 공기가 맑아지면서, 사람들이 다시 공원으로, 한강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어린이날을 앞둔 거리에는 장난감 가게 불빛이 이른 아침부터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한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벚꽃은 거의 지고 나서야 봄의 끝자락을 실감하게 했고, 그 자리를 튤립과 개나리가 조용히 메우고 있었다.

영등포구 아파트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여전했다.


반포대교의 아침 안개가 스며들고, 저 멀리 물결이 잔잔히 일렁이는 한강. 4월 중순의 이 계절은 꽃잎이 흩어진 뒤에야 비로소 진짜 봄이 시작되는 듯했다.


오늘은 임시정부 수립기념일, 1919년 4월 13일의 그 역사적인 순간이 조용히 되새겨지는 날이었다. 거리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었지만, 학교와 회사에서 아이들 목소리와 어른들의 대화가 섞여 들려왔다. 제주 4·3 사건의 메아리처럼 먼 과거가 스치고, 라디오 뉴스가 가볍게 흘러갔다. 봄비가 그친 지 며칠, 땅은 촉촉함을 간직한 채 새싹을 키우는 중이었다.


점심 무렵, 커피숍에 앉아 창밖을 보았다. 물가 안정 소식과 함께 정부의 환경 정책이 화제였다. 지난 식목일 캠페인이 아직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고, 한강변 산책로에는 새로 심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했지만, 어딘가 여유로웠다. 4월의 서울은 늘 그렇듯, 계절의 전환 속에 작은 이슈들이 쌓여가며 하루를 채워갔다.


오후가 되자 햇살이 살짝 비쳤고, 15도쯤 오른 기온이 재킷을 벗게 만들었다. 거리에는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산책하는 커플, 출근길 직장인들이 어우러져 평범한 월요일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저녁이 되자 다시 창가로 돌아왔다.

한강의 불빛이 물 위에 길게 드리워지고, 반포대교는 여전히 희미한 빛으로 빛났다.

오늘의 뉴스들은 이미 잊혔고, 계절의 속삭임만 남아 있었다.


나는 커피 잔을 들고 창밖을 물끄러미 보았다. 바람이 유리창을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햇살이 스며들던 낮과 달리, 이제는 어둠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시간.


그렇게 또 하나의 봄날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내 안에 스며들었다.

하루가 흘러 저녁이 깊어갔고,

내일 또 다른 아침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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