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되면 사무실은 조용히 분열한다. 어떤 이들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줄에 서고, 어떤 이들은 흡연실로 향하며, 또 다른 이들은 책상에서 도시락을 꺼낸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간다. 담배 대신 걸음을, 카페인 대신 햇볕을 선택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되어.
점심을 먹고 나면 대부분의 동료들은 커피숍으로 몰려간다. 오후의 각성을 위한 카페인을 찾아서. 나도 오후에는 커피를 마시지만, 그 전에 다른 길을 택한다. 근처 공원으로, 때로는 조용한 주택가 골목으로,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간다. 마치 도시 속에서 작은 탈출을 감행하는 것처럼.
걷기 시작하면 사무실에서의 나와 걷고 있는 나 사이에 미묘한 경계선이 생긴다. 방금 전까지 엑셀 시트와 이메일에 매달려 있던 내가 이제는 가로수 그늘 아래서 바람의 방향을 느끼고 있다.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모드로 전환된 것 같은 기분.
20분 혹은 30분의 산책 시간 동안 나는 종종 놀라운 발견을 한다. 어제까지 없던 작은 카페, 벽에 새로 그려진 그래피티, 계절이 바뀌어가는 나무들의 변화. 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도시는 조금씩 달라져 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산책 중에 만나는 사람들도 흥미롭다. 나처럼 혼자 걷는 직장인들,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유모차를 밀고 나온 젊은 엄마들. 모두들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같은 햇볕 아래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 일종의 조용한 연대감 같은 것.
담배를 피우는 동료들과 나 사이에는 묘한 차이가 있다. 그들은 흡연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같은 활동을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반면 나의 산책은 철저히 개인적인 시간이다. 아무와도 말을 나누지 않고, 오직 나 자신과만 대화한다.
하지만 이 고독이 외롭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걸으면서 나는 내 몸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경직되었던 근육들이 풀리고, 모니터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멀리 있는 것들을 바라본다. 마치 잠들어있던 감각들이 하나씩 깨어나는 것 같다.
가끔 산책 중에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아침부터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해답이 갑자기 명확해지거나, 새로운 프로젝트의 방향이 보이거나. 걸음의 리듬이 생각의 리듬과 묘하게 맞아떨어질 때 생기는 마법 같은 순간들.
점심시간이 끝나 사무실로 돌아갈 때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20분 전의 나보다 조금 더 평온하고, 조금 더 에너지가 넘치는. 그리고 이제는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진다. 산책으로 머리를 맑게 한 다음에 마시는 커피는 맛이 다르다. 더 향긋하고, 더 깊다. 동료들이 "산책 다녀왔어?"라고 물을 때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짧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오후 업무를 시작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 커피도 많이 마시지 않지만, 나에게는 걷기라는 소중한 의식이 있다. 도시의 리듬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의 리듬을 되찾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견딜 만해진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점심시간 의식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담배든, 커피든, 산책이든, 책 읽기든. 나의 경우는 산책 후 커피라는 작은 순서가 있다. 아침과 오후 사이에 작은 쉼표를 찍는 법.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회사원이 아닌 그냥 한 사람의 인간으로 돌아가는 법.
점심시간이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나는 주머니 속 걸음 수를 확인한다. 2,000보, 때로는 3,000보.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걸음들이 나를 다시 나 자신에게 데려다주었다는 것.
그리고 내일도 또 그 길을 걸을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