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막힐 때면 나는 언제나 생각한다. 이 상황이 과연 나쁜 것인가, 하고. 물론 약속 시간에 늦을 수도 있고, 연료도 더 많이 소모되고, 배기가스로 인해 지구 환경에도 좋지 않다. 그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차막힘은 분명히 나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본다.
차가 막혀 있을 때, 우리는 강제로 멈춰 서게 된다. 평소라면 목적지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갔을 텐데, 갑자기 모든 것이 정지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갖게 된다. 옆차 운전자의 표정을, 길가에 피어난 작은 들꽃을,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모양을 말이다.
어느 화요일 오후였다. 나는 강남대로에서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정체에 걸렸다. 처음에는 짜증이 났다. 하지만 20분쯤 지나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차에 연결된 스피커에서는 재즈가 흘러나왔고, 오른쪽 창밖으로는 한강이 보였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차막힘은 어쩌면 현대 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강제적인 명상 시간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연결된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앞차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서 결국 우리는 조금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모든 차막힘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급한 일이 있을 때의 정체는 정말로 스트레스가 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이렇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디에도 갈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차막힘이라는 현실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창밖 풍경을 감상하거나, 오랫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이상하게도 차막힘에서 벗어난 후의 드라이빙은 더욱 상쾌하게 느껴진다. 마치 오랫동안 갇혀있다가 갑자기 자유로워진 새처럼 말이다. 그런 순간, 나는 생각한다. 정체가 있었기에 이 자유로움을 더욱 소중히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결국 차막힘도 삶의 일부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낫다. 아니, 꼭 즐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받아들일 수는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만의 작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차막힘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인생도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막히고, 때로는 뚫리고.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