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이제 파주로 향한다.
와이프와 두 살 된 아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차에 올랐다.
외할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파주 산자락에 자리 잡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겹겹이 펼쳐져 있고, 잔디는 고르게 다듬어져 있었다. 누군가 정성껏 관리하고 있다는 게 한눈에 보였다.
아들은 넓은 잔디밭을 보더니 신이 나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두 살이라는 나이가 그렇듯,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좋은 곳이라는 건 느끼는 모양이었다. 와이프는 조용히 아들을 따라다니며 위험하지 않게 지켜보고 있었다.
외할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어머니도 옆에서 함께 앉으셨다. 오랫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외할머니, 저 잘 살고 있어요.'
울음이 날까봐 속으로만 말했다.
"건강해요. 좋아하셨던 예쁜 와이프와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고 했던 애기가 왔어요, 봐요, 저기서 뛰어다니는 애가 제 아들이에요."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보고 싶어요. 정말 많이 보고 싶어요."
그때부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어른이 된 지 오래였는데도, 외할머니 앞에서는 여전히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았다.
아들이 뛰어와서 내 무릎에 기댔다. 아마 아빠가 우는 모습이 신기했을 것이다. 나는 아들을 안고 마음속으로 외할머니께 말했다.
'이게 증손자예요. 아직 어려서 외할머니가 누군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말해줄 거예요. 어떤 분이셨는지.'
와이프가 다가와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머니는 조용히 우시고 계셨다.
이상한 일이었다. 슬픔만 있을 줄 알았는데, 평온함도 함께 있었다. 외할머니가 이곳에서 편안히 쉬고 계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도 시원하고, 하늘도 맑고, 풍경도 아름다운 이곳에서.
아들은 다시 잔디밭으로 뛰어갔다. 생명력이 넘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것이 순환이구나. 외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어머니에서 나로, 나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예전에는 외할머니가 "또 컸네" 하시며 나를 보셨다면, 이제는 내가 아들을 보며 그 말을 한다.
그리고 언젠가 아들도 자신의 아이를 보며 같은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차에서 잠들었다. 와이프가 조용히 말했다.
"외할머니가 보셨을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했다. 외할머니는 정말 보셨을까? 내가 잘 크고 있다는 것을, 건강하다는 것을, 가족이 생겼다는 것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믿고 싶었다. 파주 그 아름다운 산자락에서 외할머니가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 거라고. 그리고 흐뭇해하실 거라고.
다음에도 갈 것이다. 아들이 조금 더 크면, 외할머니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어떻게 나를 사랑해 주셨는지, 어떻게 따뜻한 분이셨는지.
그리고 아들도 언젠가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게 어떤 마음인지, 보고 싶다는 게 얼마나 간절한 감정인지.
파주 산자락의 그 평온한 오후는, 이제 내 마음 속에 새로운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슬프지만 따뜻한, 그리운 시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