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편의점

by 생각의정원

총각인 시절의 편의점은 도시의 등대 같았다.

어둠에 잠긴 거리에서 유일하게 환하게 빛나는 곳.


나는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그냥 나가서 편의점을 한 바퀴 돌아보곤 했다.

별다른 살 것이 없어도, 그냥 그 환한 불빛 속에 있고 싶어서.


편의점에서 일하는 야간 근무자를 보면 항상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도시가 잠든 시간에 깨어 있으면서, 마치 야간 경비원처럼 문명을 지키고 있다.


술에 취한 사람, 막차를 놓친 사람, 갑자기 배가 고파진 사람, 담배가 떨어진 사람.

온갖 이유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어느 금요일 새벽이었다. 나는 회사일을 아직 마무리 하지 못해 밤을 새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다. 집 근처 편의점에 갔을 때, 카운터에는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이 앉아 있었다. 그는 두꺼운 책을 읽고 있었는데, 표지를 보니 대학 교재였다. 아마 공부하면서 알바를 하는 학생인 것 같았다.


아이스크림을 계산하면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밤새 일하는 게 힘들지 않나요?"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답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괜찮아요. 오히려 조용해서 공부하기에 좋고요. 가끔 특이한 사람들이 와서 재미있기도 해요."


그때 나는 깨달았다. 새벽의 편의점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공간이라는 것을.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각자의 이유로 밤을 지새는 사람들이 잠깐 머물다 가는 곳.


편의점의 물건들도 낮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낮에는 그저 편리함을 위한 것들이지만, 새벽에는 구원처럼 느껴진다. 뜨거운 컵라면, 따뜻한 커피, 차가운 음료수. 그것들은 새벽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작은 위안이 된다.


특히 새벽 편의점의 소리가 좋다. 에어컨의 웅웅거리는 소리, 냉장고의 진동 소리, 가끔씩 울리는 입구 벨소리. 그런 소리들이 섞여서 만들어내는 새벽의 교향곡. 그것은 도시의 심장박동 같다.


어떤 사람들은 새벽의 편의점을 보고 현대 사회의 병폐라고 말한다. 24시간 돌아가는 소비사회의 상징이라고.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편의점은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피난처이다. 언제든 갈 수 있는 곳, 언제든 환영받을 수 있는 곳.


새벽 2시에 편의점에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찾고 있다. 배고픔을 달래줄 음식을, 갈증을 해결해줄 음료를, 혹은 그냥 사람의 기척을. 그리고 편의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들을 받아준다.


나는 가끔 상상해본다. 만약 편의점이 없다면 새벽의 도시는 어떨까, 하고. 아마 훨씬 더 춥고 외로운 곳이 되었을 것이다. 새벽 2시에 갑자기 무언가가 필요해진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다시 한 번 편의점을 돌아봤다. 여전히 환하게 빛나고 있는 그 작은 공간. 그 안에서 청년은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고, 냉장고는 여전히 웅웅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내일 밤에도, 모레 밤에도, 편의점은 그 자리에서 밤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총각인 시절의 편의점은 도시의 불면증을 치료해주는 작은 병원 같은 곳이었다.

keyword
이전 13화세탁소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