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냄새

by 생각의정원

겨울에는 냄새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겨울은 냄새를 다르게 만든다.


11월 어느 날 아침, 나는 창문을 열고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더 이상 가을의 공기가 아니었다. 가을의 공기가 축축한 낙엽과 흙의 냄새를 품고 있다면, 겨울의 공기는 그 모든 것을 깨끗이 씻어낸 듯한 투명함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냄새가 얼어붙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커피를 내렸다. 겨울에 마시는 커피는 다른 계절의 커피와 다른 냄새를 풍긴다. 여름의 커피가 무겁고 축축하게 공기 중에 퍼진다면, 겨울의 커피 냄새는 날카롭고 선명하다. 한 방울의 잉크가 맑은 물에 스며들듯, 커피 향은 차가운 공기를 타고 정확하게 코끝에 도달한다.


추위가 냄새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것 같다. 마치 증류주를 만드는 것처럼. 온도가 낮을수록 공기 중의 분자 운동은 느려지고, 냄새는 더 천천히, 그러나 더 또렷하게 퍼진다. 과학적으로는 그렇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무언가다.


사실 겨울의 냄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눈의 냄새다. 사람들은 눈에 냄새가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눈이 내리기 직전, 공기 중에는 분명한 냄새가 있다. 그것은 냄새라기보다는 냄새의 부재에 가까운 무언가다. 모든 냄새가 잠시 숨을 죽이는 순간. 세상이 하얗게 변하기 전, 한 박자의 정적.

겨울 아침, 출근길을 걸으며 나는 생각한다. 이 계절의 냄새는 왜 이렇게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어쩌면 추위 때문에 우리의 감각이 더 예민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해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던 먼 과거의 본능이, 겨울만 되면 다시 깨어나는 것인지도.


요즘 나는 가끔 산책을 나가 겨울 공기를 마신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것 같은 그 차가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고요해진다. 마치 오랫동안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내는 것처럼.


겨울의 냄새는 결국 고요의 냄새다. 모든 것이 잠시 멈추는 순간의 냄새.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의 숨소리를 듣는다.


커피 잔을 비우고 창밖을 본다. 눈은 여전히 조용히 내리고 있다. 나는 다시 한 번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겨울의 냄새를 기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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