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지 않는다는 것에 대하여

by 생각의정원

회의실에 앉아 있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여기에 맞는 사람인가.


누군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숫자가 나열되고, 그래프가 움직이고, 용어들이 오간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적절한 타이밍에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내 안의 어떤 부분은 계속 속삭인다. 이것은 네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야, 라고.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감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일은 처리된다. 마감은 지켜진다. 동료들과도 원만하게 지낸다. 하지만 퇴근길 지하철에서, 혹은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나는 느낀다. 뭔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월요일 아침, 컴퓨터 앞에 앉는다. 오늘 해야 할 일 목록을 본다. 하나하나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면서도, 나는 계속 생각한다. 이게 의미가 있나. 이것이 내가 원했던 것인가.


옆 자리 동료는 열정적으로 일한다. 그는 이 일이 맞는 사람인 것 같다. 그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이 일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나는 그를 부러워한다. 동시에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왜 나는 그렇지 못한가.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회의 시간마다 나는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그들이 흥분하는 지점에서 나는 무덤덤하다. 그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나에게는 의문으로 다가온다.


"이 프로젝트 어때요? 재미있지 않아요?"

누군가 묻는다. 나는 미소를 짓는다.

"네, 좋네요."


거짓말이다. 재미있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면 나는 이 자리에서, 이 팀에서, 이 회사에서 더욱 이방인이 될 것이다.


가끔 나는 상상한다. 만약 내가 나에게 맞는 일을 한다면 어떨까. 만약 내가 나와 맞는 사람들과 일한다면 어떨까. 그럼 월요일 아침이 이렇게 무겁지 않을까. 회의실에서 시계를 자꾸 보지 않아도 될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여기 있다. 맞지 않는 일을 하고,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하면서.


어느 날 저녁, 퇴근 후 혼자 맥주를 마셨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세상의 대부분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고. 완벽하게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적당히 맞는, 혹은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일지도.


하지만 그 깨달음이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해서, 이 어긋남의 감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맞지 않는다는 것은 매일의 작은 마찰이다.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을 때 나는 소리 같은 것. 겉으로는 돌아가지만, 그 안에서는 계속 무언가 갈리고 있다.


요즘 나는 생각한다.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맞는 일을 찾아 떠나야 하는지, 아니면 맞지 않음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워야 하는지.


아직 답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어긋남을 느끼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내 안의 무언가가 여전히 다른 것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


내일도 나는 출근할 것이다. 회의실에 앉을 것이다. 맞지 않는 일을 하고,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계속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완전히 맞지는 않더라도, 완전히 부서지지도 않으면서.

작가의 이전글반복되는 일상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