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경험하고, 공감하고, 관계 맺는 '공간'의 힘
이 두 소제목은 이 책이 왜 오프라인에 대해 이야기하는지에 대한 굳건한 뒷받침이 되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천편일률적인, 그야말로 복붙해놓은 매장들 속에서 '팝업'이 갖고 있는 희소가치성은 더 이상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제는 그 속에 브랜드의 의미와 사람과의 교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점까지 이르렀다. 저자는 그런 면에서 브랜드 가치, 그리고 소통과 공감, 무엇보다 공간이 주는 매력에 대해 10개의 장을 통해 들려준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콘텐츠가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는지, 그리고 미처 모르던 것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어필되어 왔는지에 대해서 들려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은 결국 세대 차이로 인해 나보다 젊은 세대의 패턴과 방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온전히 내 책임에 달려있다. 낡고 허름하고 비좁고 세련된 맛이라고는 1도 없어도 가면 내 집 같고 계산서보다 더 돈을 내고 싶은 단골집만 찾는 성격에선 솔직히 팝업은 낯설고 어색할 따름이다.
더욱이 그 팝업의 호흡 조건이 희소가치와 더불어 SNS와 어느 부분 공생관계에 있다는 것은 꼭 한번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소모되는 시대. 소장보단 공유를 즐기고, 공유보단 우쭐거림에 편승된 일상의 패턴이 어쩌면 더 많은 팝업을 부축이는지도 모른다고 나는 감히 생각해 본다.
그런 면에서 서울 한복판이란 지리적으로 우월한 곳.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곳. 하물며 언덕 하나 없이 평지로만 이뤄진 지형적으로 몹시 매력적인 성수동이 각광받고 선택받은 것은 결과적으로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그리고 이제 그 흐름은 성수동보다 앞서 유행을 탔던 몇몇 공간의 몰락과 더불어 아직 발견되지 못한 새로운 곳으로 전염되듯 번져가고 있다.
보통 한 세대를 언급할 때 20년을 두는 점을 봐선 TV 프로그램으로 오랜 명목을 유지하는 가요무대와 7080 공연 등은 사실 레트로나 복고보단 역사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시점이 되었다. 2002년 월드컵에 태어난 아이들이 23살인 2024년을 돌이켜보면 우주여행을 맘껏 다니지는 못할망정 결국 이렇게 자조적인 한풀이를 하는 건 결국 바뀐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지루한 핑계가 맞다.
다만 아쉽다면 유행이라고 번지기도 전에 소모되어 버리는 몹시 빨라진 속도감.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 기록된다고는 하지만 그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 책갈피마저 힘들어져버린 범람의 물결. 고집스럽게 추구할 스스로의 취향이 만들어지기 전에 기업의 소비문화 속에 일종의 도구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존재. 물론 그런 것들이 서로 상충되어 더 나은 것들, 더 새로운 것들을 만드는 것은 분명 맞다.
그마저도 그 생명력이 길지 않을 것만 같은 우려는 다시 한번 지루한 핑계. 맞다.
제목만큼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SNS에 취하고 온라인 생활이 익숙한다 한들, 여전히 오프라인. 즉 공간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 멀쩡한 산에 케이블카를 만들고 꼼꼼한 조사도 없이 여기저기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반대해야겠지만,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달라지는 풍토와 환경의 변화는 결국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더 많이 나가봐야 할 것이다. 그마저 억지로 역행하듯 이해한 듯 반쯤 눈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필요는 없겠지만, 귀 닫고 눈 가리고 외면해버리기엔 내 젊음의 시대보다 더 많이 반짝거리는 오늘날의 찬란함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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