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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Jun 29. 2024

[독서일기]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 ㅣ 로마 아그라왈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 ㅣ 로마 아그라왈 ㅣ 우아영 ㅣ 어크로스


국민 볼펜이라 할 수 있을 모나미 153 볼펜을 어느 날 지그시 바라보다가 떠올린 생각. 이 녀석은 몇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졌을까? 그래서 별생각 없이 분해를 해봤다. 버튼. 몸통. 꽁다리가 차지하는 겉 부분. 볼펜 심, 볼, 잉크를 담은 투명 심, 그리고 잉크까지 안쪽 부분. 총 7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왠지 모를 안도감에 이르렀다. 


취미로 오래 즐겼던  DSLR도 간혹 궁금했지만 감히 분해할 용기는 없었다. 자동차와 비행기에 대한 궁금증도 막연한 호기심으로만 남겨두었다.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야말로 많은 물품들. 그 구조를 이루는 조각 부품 가장 작은 단위의 구조물들에 대한 관심은 남자라면 (물론 여자도) 한 번 정도는 가져봤을 것이다. 


직설적인 제목의 본 책은 그러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가장 정확하고 또 직설적인 책이다. 제목부터가 '볼트와 너트'다. 이 얼마나 시원스럽고 명쾌한 제목인가! 그런 연유로 저자는 총 7개의 구조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못. 바퀴. 스프링. 자석. 렌즈. 끈. 펌프. 각각 하나씩 떠올려본다면 누구나 한 번쯤 그에 관련된 어렴풋한 추억이 있으리라. 요소별로 작가의 경험담을 시작으로 두세 가지의 사례가 펼쳐진다. 지금도 고개만 조금 돌리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라 곱씹고 깊게 분석하는 구성이라 읽는 맛이 감칠맛 난다. 



가구를 전공하면서 하루 종일 톱밥 속에서 지냈던 날들. 이동을 위함이 아닌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발명된 바퀴의 뒷이야기들. 스프링이 없었다면 권총도 없었을 결속력.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기까지 전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자석의 역할. 인공수정의 지대한 영향을 끼친 렌즈. 넓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내구성을 더 높게 만들어주는 끈. 어린 시절 부엌에 있던 곤로에 석유가 떨어지면 채워 넣느라 분주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던 펌프까지... 


어쩌면 책을 통해 언급되는 일곱 가지 구조물이 마치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충분히 알고 있는 익숙한 것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은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 연유로 이 책 또한 며칠간의 막연한 내 호기심을 넘칠 만큼 채워주었고,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가장 작은 것들로부터 시작되는 커다란 흐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그 소중한 친절함과 배려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뜬금없는 방향 전환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작은 것들이 절실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정점이라는 사실에 매일 반성하기 때문이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90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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