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ㅣ 김광현 ㅣ 21세기북스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시작한 이래 건축은 다른 분야 못지않게 많은 흥미와 여러 재미를 주었다. 비록 전세일지언정, 나는 지금도 건축이란 공간 안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며 나아가 모든 사람들은 건축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건축은 결국 사회로 확장되고 사회는 도시라는 영역으로 뻗어 국가와 문화로까지 맞닿게 된다.
종교적인 배경에 뒤따르는 건축, 그리고 유명한 건축가의 이야기를 쫓는 여느의 책과는 다르게 이 책은 '건축 너머의 세계를 향한 치열한 질문과 성찰'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건축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주변적인 이야기와 소재에 집중한다. 그 주목도는 몹시 깊고 넓었으며 읽는 내내 약간의 설렘과 궁금증을 쉬지 않고 유발해 주었다.
굳이 건축을 전공하거나 관련 분야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내 의견에 동감할지 모른다. 더욱이 건축을 전방위적 문화의 총체적 예술 장르로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건축이야말로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목적까지 가늠하게끔 만들어준다. 건축물을 만들고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지금의 대지가 우리의 것이 아닌 미래 후세로부터 잠시 빌린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문도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꿋꿋하게 증명해 준다.
하지만, 이런 거창하고 그럴듯한 이론은 잠시 접어둬야겠다. 대한민국에서 유독 각광받고 있는 건축물, 바로 아파트에 대한 기형적으로 변형된 이데올로기는 어떻게 투시해야 할 것인가. 국민 3분의 2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국가. 생활을 누리는 대부분의 인프라가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도시. 유명 모델이 아파트를 광고하고 자극적인 문구로 아파트를 더 비싸게 포장하는 행태. 정치와 결탁한 모양새로 단순히 콘크리트 집합체가 아닌 권력과 계급, 사회적인 위력마저 뿜어내고 있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건축의 현주소다.
그렇다고 이를 해결한다거나 정리할 가능성도 없는 이야기를 저자는 풀어놓지 않는다. 이런 기현상이 만들어가는 사회적 이기주의, 그리고 그 속에서 건축이 어떻게 발현되고 작용하는지에 대한 그만의 시점은 강렬한 울림보다도 잔잔한 파장으로 다가온다.
엄밀히 말해 소비되지 않는 건축은 없다. 그것이 비영리를 추구하는 공간이라 하더라도 계획 시점부터 설계, 건축, 준공 이후 시민들의 이용까지 그 모든 과정은 소비로 귀결된다. 또한 단순히 하늘을 향해 뻗어올라가는 것만이 건축도 아니다. 지하 공간을 빼곡히 채우는 지하철, 다수의 이익과 문화생활을 위해 지어지는 경기장 등도 건축이 된다. 그런 면에서 사회와 도시가 그러한 여러 종류의 건축을 어떻게 포용하고 유지하며 지켜가는지에 대한 고찰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보다 더 긴 역사를 보이는 서양의 여러 사례도 적잖은 분량으로 펼쳐진다. '우리 모두가 건축가'라는 다소 허황된 단서까지 설명하는 대목에 이르면 이 책 한 권으로 '건축이란 성질'에 대한 탐독을 가능케 하는 벅찬 감정까지 느끼게 한다.
철저한 계획과 설계, 나아가 단순히 콘크리트 덩어리로서가 아닌 시민과 사회, 정치와 미래의 시간까지 품을 수 있는 건축물이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다. 아파트만이 난립하여 계급의 격차만을 넓히지 아니하고, 기존의 공간과 활용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현명한 판단과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름 아닌 대한민국에서는 그래야만 할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훗날 통일이란 거대한 숙원이 이뤄진다면, 그 시점에서는 그야말로 건축이 갖고 있는 가장 적확한 매력과 기능이 훗날 미래의 세대들로부터 잠시 빌려 쓴 이 대지에 구석구석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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