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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막내아들 : 2집 <닭갈비>

by 잭 슈렉

준비부터 상차림까지 꼬박 이틀을 분주히 준비했던 첫 번째 요리 갈비탕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정말 맛있다고 하셨고 어머니께서는 약간 아쉬움이 있다 하셨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내와 첫째 아들은 대만족했다. 오죽하면 첫째는 지금까지도 아빠가 해준 요리 중 가장 맛있는 걸 갈비탕으로 꼽을 정도다.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무척 쉽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레시피를 정확하게 따르면 된다. 거기에 조리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변수에 시시각각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을 조금 더 얹자면 딱 그 정도다. 그렇게 첫 요리를 마무리 짓고 그 다음 달에 또 무언가를 준비하고자 나름의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모님 두 분 모두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단단히 말씀하셨다. 거스르면서까지 굳이 그럴 필욘 없다고 판단, 반년 가까이를 푹 쉬었다.


몹시 춥던 어느 날, 아내는 내게 닭갈비가 먹고 싶다고 했다. 미리 사둔 수입품 닭 다리 살이 1kg 단위로 곱게 포장되어 냉동실에 가지런하게 있지 않던가. 냉동실까지 살펴보니 재료는 제법 충분했다. 인터넷에 접속 몇 가지 레시피를 살펴봤고 그중 평균치에 이르는 것으로 선택 조리를 시작했다. 다행히 아내는 대만족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자연스레 부모님께도 한번 만들어드리자고 의견을 모았다. 아주 약간의 재료를 추가해서 그다음 주 닭갈비를 선사했다.


깨끗한 손질을 시작으로 꼬박 하루를 양념에 재워둔 닭 다리 살, 그리고 갖은 야채와 가볍게 뜨거운 물에 데친 우동사리, 그리고 찐 고구마를 깍둑썰기해서 가미했다. 집에서 먹는 음식이지만 식당 맛을 내기 위해 엄마께서 쓰시는 전기 그릴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가스레인지에 방금 조리 끝난 요리를 그릴에 담아 나름 한상을 차려냈다. 아직 매운 게 서툰 둘째를 위해 닭 다리 살 2개를 간장 양념에 조리해 별도로 준비했다. 소주잔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식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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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두 분 모두 그렇게 맛있게 음식을 드시는 모습을 처음 봤을 정도였다. 어머니께서도 이번엔 정말 맛있다면서 볶음밥을 제안하자 그것까지 먹어야겠다며 소박한 다짐까지 하셨다. "네 아빠가 이 정도로 잘하는구나! 경성대 요리학과 출신이란다!"라고 내 두 아들 앞에서 나를 칭찬하시던 아버지의 목소리도 생생했다. 가락국수 사리가 금방 바닥을 비우자 다른 요리에 쓰고자 준비했던 물에 불린 당면까지 추가해서 식감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모두가 배불리 그리고 맛있게 한 끼를 즐겼다.


고급 재료도 아닌 흔하디흔한 메뉴지만 부담 없이 그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집에서 편하게 즐겁게 여유 있게 먹는 밥 한 끼의 매력이 절로 느껴졌다. 중복이라 한들 닭갈비만큼은 조금씩 그 내용을 업그레이드해서라도 자주 준비해야겠다. 여전히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가까이에서 함께 계셔주시는 부모님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의 약속이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모처럼 쿠키도 구웠다. 아버지께는 종로 친구분들께 맛보시라고 넉넉히 챙겨드렸고, 어머니께도 동네 아주머니들과 드시라고 여러 차례 전해드렸다. 드릴때마다 늘 좋아해주시는 나름의 이벤트다. 이번엔 아이들 학교 친구들에게도 골고루 맛볼 정도로 넉넉하게 구웠다. 결혼하면서 장만한 우리집 오븐이 고생이 많다. 아직 조금 더 분발해야겠지만 말이다.


요리할 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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