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았던 시작

책 십 년 천권 : 책 읽는 일

by 잭 슈렉

다른 날과 다를 것 하나 없던 평범한 날이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밥벌이를 위해 일을 하고 있었고, 틈틈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함께 일하던 지인과 농담을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영국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다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지인은 뜬금없이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내게 물었다. 대수롭지 않은 질문이었다.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부터 동네에 있는 도서관까지 대충 대답해 주었다. 옛날과 많이 달라져서 서점에서 책 읽는데 눈치 주는 직원 없고, 집 근처에도 도서관이 많이 생겨나서 대출 카드만 만들면 언제든지 책을 빌릴 수 있다고 대답을 이어갔다.


자연스럽게 모니터에 지도를 펼쳤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는 과연 몇 개의 도서관이 있는지 찾아본 것이다. 어디 보자... 반경 2km로 지도를 확대하니 대략 너 댓 개의 도서관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많은 도서관이 있다고 지인에게 얘기해 주고는 이어서 지인의 집 근처 도서관도 찾아주었다. 가까운 곳에 산을 끼고 있는 지역이라 두 개가 확인됐다.


이후 며칠이 지났다. 태어난 지 1년이 조금 더 지난 아이의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휴일 오후. 창문 너머로부터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바람에 기분이 달콤해졌다. 아이는 아내와 함께 나란히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도서관 이야기가 떠올랐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사무실에서 본 지도를 떠올리며 집을 나섰다. 느린 걸음으로 2분 정도 걸었을까. 지은 지 얼마 안 된 깔끔한 건물의 도서관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먼저 놀랐고, 이곳을 들어가 봐야 하는지 다시 집으로 가야 하는지 입구에서 꽤 오랜 시간을 머뭇거렸다. 다행히 지갑을 갖고 나왔던 길이라 대출 카드나 하나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건물에 들어섰다. 삐죽거리며 사방을 헤맸고, 친절한 직원 분 도움으로 순식간에 대출카드가 만들어졌다. 대출카드를 만들었으니 책을 한번 빌려볼까 하는 맘에 2층으로 향했다.


어떤 책을 빌려야 하나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내가 빌리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하물며 몇 권을 빌려야 하는지도 몰라서 다시 1층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무려 다섯 권까지 대출이 된다고 했다. 가방도 안 갖고 왔는데 한 번에 다섯 권은 지나친 욕심이라 생각했다.


평소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 분야에서 한 권씩, 모두 두 권 정도를 빌렸던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 집까지 거리가 무척 가까웠기에 돌아오는 길은 다른 동선으로 거리를 한참 두고 산책하듯 걸었다. 손에 쥔 책 두 권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도서관 그리고 책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