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십 년 천권 : 책 읽는 일
막상 책을 빌려왔지만 언제 읽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일어나자마자 향하는 화장실에서 읽어야 하는지, 도서관에 다녀온 지금처럼 아이가 낮잠 잘 때 읽어야 하는지, 아니면 드라마나 영화처럼 잠자리에서 취침 등을 켜놓고 읽어야 하는지... 정말이지 요샛말로 1도 감이 안 잡혔다. 빌
려온 책을 대충 어딘가에 던져 놓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다 결국 출근길 지하철에서 가방을 뒤적거리며 책을 꺼내게 되었다. 버스에 비해 덜컹거림이 매우 적은 지하철. 환한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풍경 속에서 책을 꺼내 손에 쥐는 것이 처음에는 정말이지 몹시 불편했다.
책을 읽는 행위가 굳이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해본 적 없는 경험을 하려니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괜히 어색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이러다 말겠지... 하는 마음으로 몇 장의 책장을 더 넘기고 말았다.
당시 사무실까지 가려면 지하철에 꼬박 30분 몸을 실어야 했다. 출근하면서 한 번, 퇴근하면서 또 한 번. 꼬박 한 시간이었다. 그전까지는 아니 여전히 그때도 나는 음악을 들었다. 길거리에서 걸으며 음악을 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안전사고에 몹시 취약함을 몇 차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이후에는 지하철에서만 음악을 고집했다.
그전까지는 귀만 즐거웠는데 이젠 눈까지 즐겁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 좋아하는 장르의 책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참고용 사진이나 그림이 없이 글자만 빼곡하게 이어져도 제법 읽는 맛이 느껴졌다. 그렇게 조금씩 출퇴근길 지하철에서의 독서 생활이 이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