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라고 하기엔 너무 간단하고, 그렇다고 대충 하자니 추구하는 맛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나름 심혈을 기울였다. 나 혼자 먹는 거라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봤을 테지만 부모님 모두 제법 기대를 하셨던 터라 차근차근 순서를 이어나갔다.
어쩌다 보니 부모님댁에 코스트코 모닝빵이 한 봉지 있었다, 이걸 어떻게 먹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막내아들 이따 오면 물어보라고 아버지께서 답하셨다 했다. 미니 버거를 떠올렸지만, 패티를 만들기에 적당한 재료가 없었다. 사라다 빵 모르시냐고 말씀을 드리고 메뉴를 정하자, 그제야 맞다고 어떤 건지 알겠다고 하시면서 천천히 만들어도 된다 하셨다.
계란을 삶아 넣으면 좋겠지만 무더위 속에 그러고 싶진 않았다. 냉장고를 살펴서 재료를 파악하고는 참치캔, 양배추, 양파, 오이를 꺼냈다. 양배추는 팔팔 끓인 물에 10분 정도 담가서 특유의 새한 맛을 제거하고 가볍게 데친 효과를 주었다. 오이는 껍질만 사용하여 잘게 다지고, 양파 또한 같은 크기로 다져서 물에 담가 매운맛을 날렸다. 기름기를 쪽 뺀 참치와 야채를 함께 담고 마요네즈, 설탕, 소금, 후추를 적당한 비율로 넣어 골고루 섞었다. 요리할 때 어지간하면 절대 간을 안 보는데 - 참 이상한 고집이지 - 오늘은 무려 간을 세 번이나 봤다. 과음한 다음날은 확실히 감이 떨어진다.
모닝빵을 반 가르고 숟가락으로 안을 조금 꾹꾹 눌러서는 사라다로 속을 채웠다. 제법 모양은 갖춰졌고, 커다란 접시에 6개를 가지런히 올렸다. 그래 이 맛이다. 맛있구나. 맛있어. 아버지께서는 소주 두 잔에 빵 하나를 순식간에 드셨다. 어머니도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면서 흐뭇하게 드셨다.
남은 속과 빵은 건너가서 오후에 간식으로 먹으라며 챙겨주셨다. 전날 과음으로 인해 낮잠을 잠시 잤는데, 그 사이 아내도 하나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별거 아니지만, 추억에 깃든 그 맛을 비슷하게 흉내 낸 간식으로 이런저런 대화가 싹이 텄고, 잡수시고 싶은 거 언제든지 말씀해 달라며 또렷한 메시지도 전했다.
샐러드 빵이 정확한 표기이겠지만, 그 옛날 추억을 떠올리면 사라다 빵이라 해야 그 맛이 날것만 같다. 굳이 맛이 있지도 배만 부르게 할 뿐인데, 뷔페에 가면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사라다를 꼭 접시에 담았던 장면도 동시에 떠올랐다.
이유를 불문, 내가 만든 요리 맛있게 드셨으니 그걸로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