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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Apr 17. 2024

눈을 감고 귀를 닫는 일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화두가 되었다. 맘 같아선 셋을 그것도 모두 딸로 낳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라 아들만 둘을 얻었다. 둘이 만나 결혼하여 둘을 낳았으니 손해는 아닐 터. 미안한 마음이 조금 덜해진다. 


퇴근길에 나보다 몇 걸음 앞서 걷는 청년이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곁에 있던 친구가 다행히도 잡아줘 큰 화는 면했고, 둘은 무슨 좋은 일도 아닌데 재밌다는 듯 깔깔거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 화사한 봄꽃이 거리를 가득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젊음이란 웃음도 가득하니 모든 것이 부럽다. 


아주 오래전에는 빨갱이로 편을 갈랐고, 불과 십수 년 전까지는 지역감정이라 해서 좁디좁은 나라 안에 편을 나눴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인터넷이 범용화되면서 우리는 하하 호호 더 많이 웃고 더 즐거워질 줄 알았건만, 이제는 남자와 여자 노인과 청년 그리고 부자와 가난으로 구분을 짓는 시대에 이르렀다. 


직업이 아닌 직장만을 쫓고, 행복지수를 연봉과 주식 비트코인으로 매긴다. 해외여행, 온갖 종류의 파티, 명품과 맛집 탐방이 즐비하다. 특정 연령대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비혼을 외치고 딩크를 주장한다. 자식을 낳아도 기득권 편입이 생애 목표인 양 공부로 그들을 질책하느라 바쁘다. 여유 있는 삶과 여백이 주는 맛을 즐기기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시곗바늘은 과거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 같다. 앞만 보고 달려도 모자랄 텐데 옆도 보고 위아래도 보느라 두 개의 눈으로는 좀처럼 만만하지 않은 시대가 돼버렸다. 


돈 걱정 한 번도 안 해본 부자를 경험하지 못 해본 소심함일까.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완전히 바보 같은 일'이라고 노래로 내게 들려준 해철이 형 때문일까. 이 모든 것들이 무덤덤해서 내 안의 욕망은 잔잔한 호수의 수면과도 같으나, 역시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가끔은 그 욕망이 송곳처럼 튀어나와 지치게 하고 갈증을 느끼게 만든다. 


'보통의 삶'이 결국 가장 어려운 일이란 것을 오래전에 깨달았다. '평범한 인생'은 그 평범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담보로 한다. 때문에 종종 모든 것을 내려놓은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다. 곳간을 채울 것이 없으니 되려 비워두면 그곳에서 맘 편히 누워 낮잠이라도 잘 수 있으니 그걸로 만족하는 꼴이다. 


눈을 감고 귀도 닫는다. 조금 덜 보고 조금 덜 들으면 그만큼 여유가 만들어질지 모른다. 불필요한 고민은 일찌감치 마음에서 지워버린다. 오늘만 보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행복한 것을 삶의 미덕으로 품는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이 조금 천천히 움직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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