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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May 17. 2024

하나의 노래, 두 배의 감동, 끝없는 여운...

리메이크 노래가 한창 붐을 일으켰던 시절이 있었다. 때로는 원곡보다 나은 리메이크도 있었을 것이고, 아무리 여러 버전으로 편곡한다 한들 원곡이 훌륭한 곡도 있기 마련이다.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좋은 노래는 꾸준히 사랑받는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리메이크는 말해준다. 


리메이크와는 달리 한 장의 앨범에 한 곡이 두 버전으로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 흔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규앨범 하나 만들겠다고 억지로 트랙리스트 뻥튀기할 요량으로 만든 느낌은 아니다. 완성도만큼은 엄지 척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하나의 노래를 두 버전으로 앨범에 실었을까. 청자인 나로서는 짜장면 보통 값에 곱빼기를 먹는 느낌이라 기분은 좋다. 떠올려보니 지금 당장은 앞으로 소개할 단 세 곡뿐이지만, 작정하고 찾아보면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아는 분이 있다면 차근차근 귀띔을 부탁드려본다. 



김윤아 2집 <유리가면> 봄이 오면 Guitar ver / 봄이 오면 Piano ver


https://youtu.be/nETMkd8PRvQ?si=MDJvm_dGwkRSvGnl


2004년 발매한 그녀의 두 번째 개인 앨범 수록곡이다. 다소 불안정해 보였던 첫 번째 솔로 앨범과는 달리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앨범이다. 같은 톤의 색과 분위기를 앨범 전체에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분위기의 목소리와 장르를 녹인 수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봄이 오면'이라는 낭만적인 분위기의 제목으로 달달한 느낌의 기타 버전, 차갑고 냉정한 느낌의 피아노 버전은 앨범 중후반부에 두 곡의 텀을 두고 배치되어 있다. 봄을 맞아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마음으로 소풍을 가는 풍경을 그린 노래는 다정다감하고 아름다운 느낌과 더불어 조금 허전하고 연민에 휩싸여진 느낌을 나란히 느끼게 해준다. 온탕과 냉탕, 여름과 겨울, 전혀 다른 두 온도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감정의 기복만큼이나 분명하고 구분된다. 


봄이 오기 직전의 늦겨울... 봄이 완연한 그야말로 한복판의 봄에도... 그리고 봄이 떠오르는 어느 순간이라도 늘 떠오르는 곡이 바로 이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제곡과 함께 봄 노래로는 쌍벽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두 곡 모두 김윤아 그녀가 불렀다. 오! 나의 여신!




루시드폴 4집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 Part 1 / 레미제라블 Part 2


https://youtu.be/FhAn5zGZs8s?si=TZokwD5v0uqhHu9V


2009년 발매한 루시드폴의 네 번째 앨범에 수록곡이다. 트랙리스트 초반에 나란히 연결된 두 곡은 먼저 남자의 목소리로 죽음을 맞이하는 입장을 노래하고, 이어지는 곡은 여자의 목소리로 앞선 남자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노래한다. 두 곡 모두 절제된 편곡이 돋보인다. 


가사를 조금만 귀 기울여 들어본다면 두 곡의 노래 모두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루시드폴은 세월호에 대한 노래도 발표하기도 했다. 화려한 홍보나 부산스러운 잡음 따위 일절 없이 이렇게 잔잔하게 다가온다. 음악인이자 시민으로서 그가 보이는 최소한의 책임감과 소명의식은 두 곡의 노래를 통해 역사를 기억하는 우리에게 스며든다. 


집중해서 듣게 되면 무서울 만큼 두 곡이 전하는 분위기는 결코 밝지 않다. 그 시절을 다룬 영화는 익숙하지만 노래를 통한 접근은 낯설지만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 청각으로만 즐기는 음악이 이처럼 공감각적으로 많은 상상과 감정 그리고 여운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본 곡은 증명해 준다. 


5. 18 민주화운동의 그날을 하루 앞둔 오늘. 이 노래와 함께 우리는 기억하고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토이 5집 <페르마타> 좋은 사람 / 좋은 사람 (Sad Story)


https://youtu.be/A2xFDZUrZsk?si=cSIiqMue6a-ZabYn


표절 문제로 언급하고 싶진 않으나 주제에 맞는 노래를 달랑 두 곡만 소개하기엔 아쉬워서 우선은 끼워둔다. 


토이의 5집에 수록된 '좋은 사람'은 즐거운 버전을 김형중이 슬픈 버전을 이승환이 불렀다. 즐거운 버전은 밝고 명랑한 편곡(당연하겠지만)과 함께 설레는 대학교 캠퍼스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았다. 하지만 가사만큼은 구구절절 슬프고 연애 따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구질구질한 남자의 마음을 여지없이 담아낸다. 노래는 밝은데 내용은 슬프다. 그래서 더 슬픈 노래다. 


남자 듀엣 가수였던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 가사를 일부 도입한 것도 색다른 시도였다. 나 같은 찌질 남들은 꼭 노래를 불러도 애창곡들 죄다 그런 노래였다. 짝사랑 외사랑 그마저도 고백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끙끙 앓다가 어느 날 허공으로 사라지는 청춘의 두근거림은 바로 이 노래에 박제되어 있다. 


슬픈 버전... 이승환이 불렀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봄의 한복판, 즐기자. 

역사의 그날을 하루 앞둔 오늘, 잊지 말아야 한다. 기억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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